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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작품들 새 공간서 봄 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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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미술가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대중과 소통할 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상품성을 지닌 중진 작가만을 선호하는 상업화랑의 문턱은 높고, 자비로 개인전을 열기에는 경비가 만만치 않다.

문예진흥원 등에서 나오는 기금은 경쟁률도 높지만 전시를 꾸리기에는 액수가 적다. 학원 강사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작품 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야 제 좋은 일을 하는 데 따르는 과정이라 쳐도, 몇 년 가야 작품 한 점 안 팔리는 외로움은 젊은 작가들을 병들게 하는 치명적인 독이다.

'작품을 팔자'는 2003년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 미술계가 살아날 수 있는 최선의 방책 중 하나로 꼽히는 구호다. 특히 1990년대 들어 외국 유학, 다변화된 미대 교육 등으로 특정 계보를 뛰어넘어 배출되고 있는 싱싱한 미술가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새로운 전시공간들이 새 봄을 맞아 문을 열고 있다.

지난 주 토요일 안양시 석수시장에서 막을 내린 '제3회 희망시장'은 '보충대리공간 스톤 앤 워터'(www.stonenwater.org)가 시민들과 연대할 수 있는 자생적 예술시장 마련을 위해 주최한 행사였다.

젊은 작가들이 만든 작품을 재래시장 물품과 교환하는 방법으로 자생적인 풀뿌리 예술운동울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모임을 기획한 화가 강영민씨는 "앞으로도 예술과 지역문화가 만나 '새로운 희망'의 교류를 펼쳐가는 시장을 계속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3월 초 개관한 서울 경복궁 근처 '시공간 프로젝트 브레인 팩토리'(대표 오숙진)는 제목 그대로 '두뇌 공장'을 돌려 젊은 예술가들을 격려하겠다는 뜻을 내세웠다.

오씨는 "비현실적인 우리 나라 미술시장 구조에 다양성을 향한 돌파구를 열어주고, 역량있는 젊은 화가들에게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기 위해" 전시장을 꾸렸다고 밝혔다.

서울 홍대 앞 '카페 시월'(대표 구정아)은 편하게 차를 마시며 전시와 세미나를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이다.

전시기획자인 김준기.구정아씨가 터를 잡자 벌써 마석에 '스페이스 시월'(대표 이채관)이 생겼다. 지난 10일 시작한 '유양옥 전'(4월 5일까지)으로 전시 공간 겸업을 선언한 서울 안국동 '로마네 꽁띠 '는 포도주 전문점이지만 수시로 전시회를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산악인이자 소설가이면서 인상파 화가들에 대한 전문서를 낸 박인식씨가 작품 설치를 직접 맡을 만큼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임세택씨가 운영하던 구기동 옛 서울미술관 자리에 '독립.대안 미술관 미아'(관장 오상길)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기존의 대안공간 풀, 대안공간 루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갤러리 보다, 쌈지 스페이스 등과 함께 젊은 미술인들이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은 더 넓어질 듯 보인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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