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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travel]눈 지옥 → 눈 축제, 마음먹기에 달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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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해 200만 명이 찾는 삿포로 눈 축제. 1950년 시작돼 올해 65회째를 맞는다.

일본 삿포로(札幌)의 겨울은 혹독하다. 1~2월 평균기온이 영하를 밑돈다. 낮에도 밤에도 모든 것이 얼어붙는 추위다.

명색이 겨울이니 냉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눈은 처치 곤란이다. 홋카이도(北海道)의 겨울하늘은 쉼 없이 눈을 토해낸다. 겨우내 월평균 적설량은 자그마치 2m. 눈은 녹을 틈 없이 곳곳에 쌓인다. 11월부터 3월까지 눈을 뿌리는 하늘을 보면서 삿포로 사람들은 일본 최북단의 섬에 살고 있음을 상기한다. 한 달 남짓 스치듯 여름이 지나가면 기나긴 겨울을 침묵과 칩거로 견뎌내곤 했다.

그런데 삿포로의 겨울을 괴롭혀왔던 눈이 ‘축복’이 된 것은 순전히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었다. 2월 5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삿포로 눈 축제에서 그 반전을 확인할수 있다.

글=양보라 기자 사진=일본 홋카이도관광청

2014 삿포로 눈 축제 포스터

1950년, 패전의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에게 겨울은 한층 더 고독했고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었다. 그러자 삿포로시와 삿포로관광협회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불황을 타개할 방안으로 ‘눈 축제’를 고안해냈다. 누구나 갖고 있는 겨울 추억, 눈으로 손장난을 쳤던 그 즐거움을 축제로 만든 것이다.

시작은 소박했다. 그해 중·고등학생들이 만든 설상 6개가 오오도리공원(大通公園)에 전시됐다. 식료품 등 기본적인 생활 물자조차 부족한 시대였지만 웃음과 행복이 더 절실했던 시민들은 작은 눈 조각으로 위안을 얻었다. 이듬해에도, 그 다음해에도 눈 축제가 이어지면서 축제는 말 그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세계 최대 겨울 축제, ‘삿포로 눈 축제(snowfes.com)’로 성장했다.

축제는 해가 갈수록 인기를 끌었다. 10회 눈 축제가 열렸던 1959년에는 2500여명이 눈 조각 제작에 동원돼 이슈가 됐다. 1972년 치러진 삿포로 동계올림픽은 축제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계기였다. 1974년부터 진행된 눈 조각 콩쿠르는 예나 지금이나 축제의 하이라이트. 총 16개팀이 참가해 예술성을 겨룬다.

2 시민들이 축제에 참여해 만든 눈사람.

1978년 38회 축제부터는 일반 시민도 참가할 수 있게 되면서 출품작이 더욱 다채로워 졌다. 바이에른주립 오페라극장, 중국 자금성, 그리스 파르테논신전, 영국 대영박물관 우리나라의 남대문까지. 전 세계 유명 건축물이 눈으로 빚어져 삿포로 곳곳에 전시됐다. 유난히 ‘뜨거운’ 겨울 날씨를 보였던 2007년, 눈 조각이 녹아내렸던 때를 제외하고 여전히 추운 날씨 덕에 축제는 순항하고 있다.

3 눈 축제 기간 동안 삿포로시 스스키노거리에 화려한 조명이 점등된다.

외로웠던 겨울을 날려 보내는 것도 모자라 눈 축제는 삿포로의 겨울을 여름보다 생기 넘치도록 만들고 있다. 어느덧 올해로 65회째를 맞는 축제는 매년 2월 초로 예정돼 있다. 매년 개장 시점을 맞추기 위해 시 전체가 1월부터 축제 준비로 달아오른다. 축제가 열리는 일주일동안은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든다. 삿포로 전체 인구에 버금가는 숫자다.

올해는 2월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 간 오오도리공원을 중심으로 치러진다. 오오도리공원은 축제 전날 관객을 맞을 준비를 마친다. 오후 10시까지 야간 조명이 켜지고 여러 노점상들이 들어서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달군다.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돔 시설인 쓰도무, 삿포로 최대 번화가인 스스키노거리에서도 축제를 만날 수 있다. ‘눈으로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콘셉트로 꾸민 쓰도무는 축제 전 입장을 금지한다. 대신 스스키노거리에서 축제 개시 전에 마음껏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개막일 3일 전부터 거리 곳곳에서는 각국에서 온 예술가들이 얼음 조각을 시작한다. 개막 직전까지 진행되는 제작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축제의 또 다른 묘미다. 관람과 참가는 모두 무료라 관람객은 더 즐겁다.

축제 기간 이후 붕괴 위험성을 우려해 눈 조각은 모조리 철거된다. 그래서 삿포로 눈 축제는 왔다가 사라지는 ‘한 겨울밤의 꿈’같기도 하다. 행여 축제 이후에 다시 마음이 휑해질까하는 걱정은 접어두시라.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된 축제의 따뜻함이 남아 혹한의 삿포로를 데운다. 눈 축제가 있기에 혹독한 추위에도 삿포로의 겨울은 훈훈하다.

Festravel
Festravel은 축제(Festival)과 여행(Travel)의 합성어로 ‘세계축제를 여행하다’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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