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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일본의 '독도 도발'은 자충수일 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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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아베 신조 일본 내각이 과거사에 이어 독도와 교과서에서도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섰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고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기했다. 이 해설서는 교과서 집필 기준이자 일선 교사들에 대한 학습지도 지침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검정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교과서 출판사로선 따를 수밖에 없다. 이 지침에 따라 2016년부터 중학교 지리·역사·사회와 고교 일본사를 비롯한 9종의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땅으로 쓰여지게 됐다.

 중·고 교과서를 통해 독도 주권의 현상을 변경하려는 아베 내각의 이번 시도는 묵과할 수 없는 도발이다. 과거사와 영토로 민족주의를 자극하면서 동북아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개정의 후과는 막중하다. 일본이 해마다 내는 외교청서나 방위백서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본 청소년에게 그릇된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가르쳐 분쟁의 항구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교과서를 배우고 난 세대는 그 전 세대보다 더 독도에 대해 강경해질 것은 뻔하다. 해설서가 적용되는 교과서의 규모도 과거와 비교가 안 된다.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취지의 주장을 담은 해설서가 지금까지 2종이었으나 이번엔 9종으로 늘어났다. 사실상 모든 중고생들이 새 교과과정을 접하게 되는 셈이다.

 해설서의 내용도 심각하다. 중학교 지리 해설서는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이나 한국에 의해 불법으로 점거돼 있다’고 기술했다.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한국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니 이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한국 정부와 독도 거주 주민, 주둔 경찰이 범죄자라는 말인가. 중학교 역사와 고교 일본사 해설서엔 ‘일본이 국제법상 정당한 근거에 의거하여 독도를 영토로 편입한 경위도 다루도록 한다’고 돼 있다. 독도는 일본이 1905년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과정에서 강제로 편입시킨 땅이다.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에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명문 규정이 없다고 해서 일본 군국주의의 독도 강탈을 합리화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아베 내각의 영토 도발은 교묘하다. 지난 24일에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정부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다음달 ‘다케시마의 날’ 행사엔 내각 정무관을 파견할 방침이라고 한다. 영토 교육과 애국심 고취는 이른바 ‘자학사관’에 대한 아베 내각의 전면전이자 ‘전후 정치 탈피’의 상징일지 모른다. 그러나 주변국은 아랑곳하지 않는 아베 내각의 행보는 일본이 그토록 내세우는 전후 민주주의를 의심하게 만드는 자충수일 뿐이다.

 정부는 단호하되 냉정할 필요가 있다. 독도는 우리가 실효지배하고 있다. 한·일 간 갈등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영토·교과서 문제가 경제·문화 분야로 파급되지 않도록 하되, 단계별 시나리오를 갖고 치밀하게 대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