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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아이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자녀는 몇남매나 두셨어요?』
처음 뵙게 되는 분이나 또 어느 모임같은데서 곧잘 이런 질문을 받을때 마다 왠지 선뜻 대답해지지않는다.
둘 낳기 운동, 현명한가족계획, 이런 구호가 못박히둣 익숙해진 귀에『아들만 넷이예요』 하자니 어쩐지 내자신이 전근대적인것 같고 무언가잘못한것 같은 부끄러움(?) 에 그냥 미소로 대신하게 되고 한다.
아들 넷. 12살, 10살, 7살, 4살. 옛날 아들셋키운 어머니의 혀가 총이보다 더 얇아 졌더란말도 있지만 이억센 개구장이 넷을 키우면서 그것도 아빠의 강경한 주장- 자유스럽게, 개성에맞추어, 매 대신 설득으로-을따르다 보니 집안에 문들 하나 성한게없고 방 구들 뜯는 것은 연중 행사의 하나요, 채 익지 않은 햇간장마저 이리 저리 옮겨지는 수난을 겪어야할 판이다.
하지만 어찌 이런 괴로움이 아이들에게서 얻는 기쁨과 보람을 능가하겠는가?
온갖 장난의 고안자이며 창시자인 대표 개구장이 큰 애. 억센 형 밑에서 말썽부리는 것만 배운 둘쌔. 이 두 형제가 나란히 반장 임명장을 가슴에 안겨 줄때의 커다란 기쁨! 두팔, 두다리가 온통 상처 투성이어서 도무지 씻길 수 조차없는 세째가 어느새 멋들어진 유치원「유니폼」을 자랑하며 달리는 유난히 싱싱한 모습. 딸이기를 너무 기원해서 일까? 여자처렴 곱고 예쁜 네째의 사랑스러움.
너무 피로하고 고달파서 몇몇 신경성질환까지앓은 서투른 엄마지만 이들 네형제가 엮는 「꾸러기」 행진곡은 내게 모성의 영광과 환희를 만끽하게 한다.
이제 또 다시 맞이하는 어린이 날.
더 열심히 놀고 더 열심히 장난하고 더 열심히, 거침없이 자라거라, 내 아들들아!
너희들의 5월의 노래가사의 푸른 하늘을 날으는 새처럼. 푸른 벌판을 달리는 냇물처럼.
유선진 (서울종로구충신동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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