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아버지|가정의달「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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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아이를 유난히 귀여워한다』고 나이든 사람들은 말한다. 이점에 대해서는 젊은 엄마나 아빠자신도 예외가 없다. 현대사회에 살고있는 아버지들이 그들의자녀에 대해 더욱더 집착하게되는 경향을 학자들은 『소외감, 불안, 상심된 자아를 위로받으려는 심리적 작용이크다』 고 풀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버지들은 이러한 정신적의존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최신덕교수 (이대·사회학) 의 한 조사에 의하면 도시의 중·상류 가정에서 『아기에게 밥과 우유를 먹여주는 아빠』가57%, 『기저귀를 갈아주는 아빠』가 46%로 나타나있다.
아기가 좀더 자랐을경우『같이 놀아주는」 아빠』 는 85%이고 『학용품이나 장난감을 사다주는아빠』는 80%이다.
그러나 자녀가 좀더자라 학교에 가게되면 아빠의 역할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한다. 자녀의 과외수업을 아빠가 결정하는 가정은 4.4%, 엄마가 결정하는 가정은 49.5%, 의논해서 결정하는 가정이 44%이며 학부협회나 학습참관에 가본 아빠는 4%밖에 안된다.
때때로 학용품은 사다줄지라도 과외수업이라든지 학교생활을 알아보는 중요한 일은 아내에게 일임하겠다 는 일종의 도피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바쁘니까』 란 핑계로 이러한 도피경향은 비판없이 받아들여지고있다.
부모·자녀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수많은학설들은 주로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출생과함께 시작되는 모자관계가 그후의 사회적응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어머니는 이 시기에 아기에게 사회를 긍정적으로보는 눈을 띄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머니의 역할이 강조된 나머지 아버지가 태만해지고 있는것은 곤란한 일이다. 자녀가 사춘기에 이르면 오히려 아버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며 문제아가 되는큰요인중의 하나가 원만치못한 부자관계에서온다』고 이족진박사 (한국행동과학연구소장) 는 말한다.
이박사가 실시한「부모의 역할에 대한 자녀의기대」조사를 보면 국·중·고로 올라갈수록 부모에 대한 기대는 능동적이되며 어머니보다는 아버지에게 더 많이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자녀들이 사회화과정은 겪으면서 아버지의 역할에 좀더 관심을 갖게되기 때문이다.
조사대상이된 학생들은 일반적으로『명랑하고 부드럽고 부지런한 어머니』와『믿음성있고 잘참으며 건강한 아버지』 를 원하고 있다.
일본의 아동심리학자원강일조의 조사에 의하면국민학교 3학년생들이 그리는 「이상적인아버지상」은 『물건을 잘사주고 잘놀아주며 술·담배·마작등을 많이 하지않는 아버지』이며 6학년생들은여기에 『화를안내고 「유머」 가 있을것』 을 첨가하고 있다.
중학1년생은 『약속을잘지키고 너무 간섭하지않고 나를 하나의 인간으로 이해해주는 아버지』를 원하고 2, 3학년생은『옳고 그른것을 바로판단하며 일도 열심히 하되 가정의 단란을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 를 원한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부모는 인격적으로 「비판의 대상」 이 되는것을 피할수 없게 된다. 그리고 비판은 아버지를 향해 더욱 신랄해진다는것이 나타나있다.
좌절과 자아의 상실이거듭되는 사회생활에서 상처받은 아버지들이 갓 태어난 그들의 분신에서 잠시위로 받는것 만으로 일은 끝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자녀의 모든 성장단계를통해 신뢰와 애정으로 맺어져 있어야 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용기와 지혜를 물려주지 않으면 안된다.
다른 많은일이 힘들어진것처럼 「아버지노룻」 도 더욱힘이 들어졌다. 「힘든일」 을 아내에게 일임하고 있는동안 부자관계에는 메울수없는 균열이생기고,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의 각종 페단은 그대로 남아있게될것이다.

<장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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