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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 일본인 처의 호소 방관할 수 없다|일 각계·국내단체 인도적 해결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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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경=박동순 특파원】북송된 교포들의 일본인 아내들이 일본 안의 가족에게 그들의 어려운 생활을 호소한 편지가 처음으로 밝혀지자 북송작업에 관여해 온 일본외무성과 일본적십자사 등 관계기관에서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외무성이나 일본적십자사측은 『어려운 문제가 많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직 방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인도적 이유 때문에 일본인 처들의 일본자유왕래 문제에 대해 방관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본 각계의 반응과 국내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기우찌」(일본적십자사 외사부장)>
일본인 처 자유왕래 실현운동본부 관계자로부터 진정을 받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검토 중이나 집단적 자유왕래가 실현되도록 교섭하는 것은 어렵잖을까 생각된다. 이들 일본인 처들은 자진해서 북한에 가기로 결정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유왕래는 먼저 북한의 허가를 받아야하며 일본 정부의 입국허가도 받아야하는데 일본정부나 북한측이 이를 허가할 것인지 여부를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설사 자유왕래 교섭을 시작하더라도 북한에서의 소재지가 분명하고 일본 안에 가족이 남아있으며 편지 등을 통해 일본을 다녀가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일본인 처에 한해 개별적으로 사정을 청취한 다음 방법을 지도할 것이며 자유왕래를 위한 집단운동형식의 움직임은 곤란하다.

<이시사까 (일본외무성 북동아과)>
결론부터 말한다면 지금 상황으로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다. 「지금 상황」이라는 이야기는 일·북한간에 국교가 없다는 점을 포함한 여러 가지 여건을 말하는 것이다.

<「고오사까」(경도대 교수)>
구체적인 내용이 일본에서 보도된 것은 읽지 못했기 때문에 자세한 「코멘트」는 어려우나 일·북한간에 국교관계가 없기 때문에 난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인도적 견지에서는 이들의 희망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이활 국제인권옹호한국연맹회장>
일본정부와 일본적십자사는 북질의 결과를 이제 분명히 보았을 것이다. 『자유의사와 인권의 존엄』으로 북송을 더 이상 미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은 무엇인가 해야한다. 적어도 이북에서의 지옥생활을 거부하는데 힘이 돼줄 것은 물론 고통의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절충에 나서야할 것이다.
『평양은 지상낙원이다. 가봤다가 나쁘면 다시 나올 수 있지 않으냐』 『직업확보는 물론 안정된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다』 등등. 온갖 감언이설이 빚어낸 이 엄청난 비극을 외면않는 것이 진정한 인도주의일 것이다.
처음부터 북송을 반대해온 우리 연맹은 북송된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한편 더 이상의 북송을 막는 운동을 다시 검토해 볼 계획이다.

<고봉국 이북5도청 평북도 사무국장>
가혹한 북한실정을 이미 체험한 우리 월남 도민들로서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낫게 대우한다는 재일 교포와 일녀들에 대한 대우가 이럴진대 북한 동포들의 실정은 말할 나위도 없다. 재일 동포들이 더 이상 그네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게 우리 정부와 거류민단 등 관계기관이 적극적인 홍보 및 지도를 펴기 바란다.

<김용우 (대한적십자사 총재)>
『우동과 생선을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했던 편지, 잘 새겨 읽어 달라』는 귀절은 모든 상황을 말하고 있다. 적십자사를 통해 우리의 일본인 처와 가족들의 자유방문이 하루속히 이뤄지길 바라며 이산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일적과 북적의 교량적 역할과 이에 대한 일본 및 북한 당국의 전폭적인 뒷받침을 기대한다.
우리의 남북대화가 잘 진행되어 이런 일까지 다뤄졌으면 좋겠으나 그렇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임병직(한국반공연맹이사장)>
극난한 북쪽의 생활상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알려주었다. 일본에 있는 「아시아」반공연맹과 일본국내 반공단체들도 이를 계기로 공산당에 대한 대응책을 좀더 강력하게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본다.
일본 정부 또한 이들 고통에 떠는 일녀들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될 것으로 믿는다.

<이옥기(한국부인회총무부장)>
검열을 겁내 눈치껏 쓴 것이 이러니 표현 못하는 사연은 얼마나 많을지 짐작이 간다. 북송을 추진한 일본정부는 그 북송이 당자는 물론 가족들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는가를 이 기회에 자각, 더 이상의 오류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또한 북괴도 봉쇄정책이 얼마나 우매한 짓인가를 깨닫고 거주지 선택의 자유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다시 한번 절감케 한 편지들이다.

<「이마이즈미·쇼지」(일 참의원·자민)>
북한에 간 일본인들이 다시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하지 않겠는가. 이번 한·일 간친회에서도 의제로 내놓고 북송인들을 어떻게 원상 회복시키느냐의 문제를 논의해야 될 것이다.

<「우노·소오스께」(일 중의원·자민)>
공산주의의 유혹을 받아 북한을 천국이라 생각하고 남편을 따라간 사람이 공산치하에 자유가 없음을 체험한 산 증언이다. 따라서 일본에 있는 이들 일본인 처의 가족들이 데모를 하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야 말로 참으로 인도적인 문제이며 같은 동포의 입장에서 유감의 뜻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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