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흥국 쇼크, 선진국도 흔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경련을 일으켰다. 지난주 말 지구 반대편인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금융 경련(Financial Spasm)’이 북미와 아프리카·유럽을 거쳐 27일 한국 등 동아시아 시장까지 덮쳤다. 이날 코스피는 1.56%(30.22포인트) 하락한 1910.34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 역시 급등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상승세가 진정되며 전 거래일보다 3.2원 오른 달러당 1083.6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는 미국 달러와 견줘 최근 3년 사이 최저 로 내려앉았다. 중국·일본 주가도 2% 넘게 추락했다. 그 바람에 신흥시장 공포지수(VIX)가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글로벌 금융불안은 2차 경련에 해당한다. 지난해 8월 인도·터키 등의 통화가치가 추락하면서 1차 경련이 발생했다. 지난해 6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완화(QE) 축소 방침을 공개하는 바람에 달러 흐름이 미국으로 역류한 탓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세계 금융시장이 넉 달 만에 다시 신흥국 쇼크에 흔들리고 있다”며 “글로벌 자산과 통화 시장이 거대한 하락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주가도 일제히 하락세로 출발했다.

 다만 경련 자체가 위기는 아니다. 진정돼 재발하지 않으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 이번 경련의 고비는 28~29일(현지시간) 열릴 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말 퇴임을 앞둔 벤 버냉키 의장이 마지막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열쇠”라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냉키로선 임기 중 가장 어려운 결정을 퇴임을 코앞에 둔 시점에 내려야 하는 난처한 입장이 됐다. 월가의 분위기는 현재 750억 달러인 QE 규모를 100억 달러 추가로 줄일 것이라고 보는 쪽이다. 그러나 퇴임하는 버냉키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는 악역을 굳이 자처할지는 미지수다. 후임 재닛 옐런 의장에게 결정을 미룰 명분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버냉키가 QE 축소 카드를 선택하면 금융 경련은 더 격화할 수 있다”며 “그 끝은 몇몇 신흥국의 위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바로 1997년형 외환위기다. FT는 “벼랑 끝에 몰려 있는 7~8개 나라 가운데 두 서너 곳은 외환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불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Fed가 어떤 결정을 하든 한국이 97년과 같은 외환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외환보유액이 3400억 달러가 넘어 97년(204억 달러)의 16배가 넘는다. 경상수지 흑자도 꾸준히 내고 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원화가 신흥국 통화 가운데 가장 유력한 생존 후보”라고 평가했다.  

강남규·정선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