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나올 사람 당권 나오면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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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청원(左), 김무성(右)

새누리당 서청원(7선) 의원이 27일 “대권(경선)에 나올 사람은 당권(경선)에 나오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이날 기자 오찬간담회에서 “당권은 당을 위해 온전히 희생하고 정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어 서 의원은 “예전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중간에 일찍 (당권에) 나와서 (대권에) 실패한 것처럼 대권 후보는 일찍 나올 필요가 없다”며 “본인이 나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자기 욕심을 채우다간 당이 흔들린다”고도 했다.

 서 의원이 특정인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당내에선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김무성(5선) 의원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 의원과 김 의원은 차기 전당대회(8월 실시 예상)에서 유력한 당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이다. 두 사람은 모두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하로 상도동계 선후배 관계지만, 지금 서 의원은 친박근혜계 핵심에 속해 있고, 김 의원은 당 주류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입장이다. 친박계 주류는 서 의원이나 최경환 원내대표 중 한 명을 차기 당 대표로 밀려는 기류가 강해 김 의원과 미묘한 긴장 관계에 놓여 있다.

 간담회 후 서 의원 측 인사는 “2014년 전당대회는 직접 대권하고 관련이 없다. 당권·대권 발언은 그냥 원론적인 얘기”라고 부연했지만, 차기 당권을 둘러싼 전초전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김 의원은 이날 서 의원의 발언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서 의원은 자신의 전대 출마 문제에 대해 “사실 고민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당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므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앞으로 선대위를 구성하고 지역별로 중진들을 차출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면 당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전당대회 문제는 선거 승리 이후에 할 얘기”라고 덧붙였다.

 서 의원은 또 최근 김문수 경기지사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기 1년을 허송세월했다”고 한 데 대해선 “당에 자해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 등 국정을 추진하면서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런 소리를 하면 야당은 ‘여당에서도 그런 비판이 나오지 않느냐’며 공격 소재로 활용할 게 뻔하다”며 “여당의 도백(道伯)으로선 해서 안 될 말이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우리 당의 모 지자체장은 ‘박 대통령이 1년간 허송세월했다’는 취지의 말을 했는데 경제민주화 초석을 만들고 청신호가 들어오는 이때 사기를 꺾는 발언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김무성 의원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공천은 사천이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이런 발언은 19대 의원들에게 큰 실례가 될뿐더러 국민들의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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