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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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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포르투갈」의 수도「리스본」은 「테주」 강가에 있다. 「이베리아」 반도를 흐르는 이 강은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지만 「리스본」에서는 좀처럼 움직이는 것 같지가 않다.
그것은 마치 시간의 흐름과 싸우듯이 안타까울 정도로 완만하게 움직인다. 그것은 꼭 「포르트갈」라는 나라를 상징하는 것도 같다.
「포르투갈」은 오늘날 여러모로 서구에서는 가장 뒤진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시대를 역행하는 「살라자르」의 「디플레」 정책을 40년이 넘도록 충분히 지켜 나가고 있는 곳도 이 나라라.
이 때문에 「포르투갈」은 가장 물가가 싼 관광객의 낙천지로 되어 있다. 그러나 「리스본」의 「현대」에서 30분만 벗어나면 맨발로 일하는 농부들의 목가가 펼쳐진다.
문맹률이 가장 높은 대신에 돈 없는 다방 「인텔리」가 가장 적은 곳도 「포르투갈」이다.
모든 것이 「테주」강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불안도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가장 느껴지지 않는 나라다
정변도 지난 32년에 「살라자르」가 수상이 된 다음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 물론 그의 독재에 반대한 사람들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국민의 호응이 별로 없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아마니아, 아마니아』라는 말을 잘 쓴다. 내일은 또 내일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오늘만 그럭저럭 넘기면 된다는 심정이다.
그런 「포르투갈」에서 지난 25일 새벽 「쿠데타」가 일어났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발단은 「고메스」 참모 총장과 「스피놀라」 차장 등이 갑자기 해임된데 대한 영관급 장교단의 항의에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스피놀라」 장군이 해임된 것은 「아프리카」 식민지에 대하여 군사적이 아니라 정치적인 해결책을 써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한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난 72년에 「모잠비크」 학살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포르투갈」의 「아프리카」 식민지 정책이 얼마나 잔악한지는 일체 밝혀진 일이 없었다.
또한 식민지를 독립시키지 않겠다는 것은 「살라자르」 이후 계속 지켜져 내려온 원칙이다.
언젠가 「유엔」이 「포르투갈」 정부에 대하여 식민지에 관한 보고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이때에도 「포르투갈」에는 식민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을 뿐이다. 그러나「포르투갈」 식민지 문제는 단순히 「포르투갈」 사람들의 두통거리만이 아니다. 이제는 국제 문제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이를 군대의 힘으로만 누른다는 것이 엄청난 시대 착오라는 인식을 군부 안에서도 갖게 된 것이다.
오늘 들어온 외신에 의하면 「리스본」은 매우 조용하다고 한다. 「포르투갈」 다운 얘기 같기만 하다.
그러나 「포르투갈」 사람들도 이제는 그저 『아마니아, 아마니아』라고 흘려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내일을 생각할 때도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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