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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느끼나 후회는 않는다." 기자와 일문일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자수한 박항준대리와 김명희양은 21일 하오2시부터 1시간동안 인천동부경찰서 형사실에서 본사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1문1답을 나누었다. 녹색T「샤쓰」에 갈색줄무늬가 든 춘추복을 입은 박대리는 전날밤 경찰진술에서 횡설수설했던 것과는 달리 초췌해진 모습에 체념한듯한표정으로 『사회부조리에 대한 불만이 겹쳐 범행했으나 너무나 사회적으로 큰 물의가 일어 자수하게됐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붉은 바탕에 원색 무늬가 든 「스웨터」와 검은「판탈롱」차림의 김양은 『대리님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큰일을 저지르게 됐다』고 말하고 『박대리님과의 관계를 후회하지 않으며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또렷한 어조로 말했다.
◇박대리와 문답
▲문=무엇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는가?
▲답=인사에 대한 불만과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반발로 일을 저질렀다. 5억원의 예금실적을 올리고도 소장으로 승진되지 못하는 부조리 속에서 성실하게 살아갈 의욕을 잃었다.
▲문=범행후 어떻게 할 작정이었나?
▲답=뚜렷한 계획은 없었다. 외국으로 밀항도 생각해봤으나 구체적인 사전계획 같은 것은 세운바 없다.
▲문=김양과는 언제부터 친하게됐나?
▲답=작년 10월15일 청평호수에 야유회를 갔다오는 길에 인천송도에 있는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잔것이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문=공범 김만길과 조규석과는 어떤 약속이 있었나?
▲답=김에게는 수고비조로 3백20만원을 주었고 조에게는 지금까지 어떤보장이나 약속같은 것을 한적은 없다.
▲문=자수동기는?
▲답=방송과 신문을 통해 사회의 물의가 너무 큰데 놀라 자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동료 (조와 김을 가리킴)에게 피해를 줄이고 형을 마치고 나온후의 일을 생각해서 위장자수를 하기로 결심했었다.
▲문=부인과 김양중 누구를 택하겠는가?
▲답=아내를 버릴 수는 없다. 그렇지만 김양도 버릴 수 없다. 더이상 괴로운 질문을 말아달라.
◇김양과의 대답
▲문=왜 박씨의 범행을 말리지 않고 가담했나?
▲답=대리님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대리님의 말이라면 불속에도 뛰어들 수 있을 만큼 사랑하고 있다. 대리님을 도와서 한일이기에 후회는 않는다.
▲문=처녀의 몸으로 가정이있는 남자와 깊은 관계를 가진데 대해 후회되지 않는가?
▲답=그분의 부인과 자녀들에게는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나 세상이 뭐라해도 박대리님과의 관계를 후회하지 않는다. 가정이있는 남자를 잊지 못하는 여심의 괴로움과 애절한 사랑을 인간적으로 동정해주기 바란다.
▲문=박씨 이외의 남자를 사귀어 본 적은 없는가?
▲답=박대리님을 알기전에「데이트」정도를 해본 남자친구는 3∼4명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깊은 사이는 박대리님이 처음이며 마지막일 것이다. 나에게는 그분 한분 뿐이다.
▲문=도피생활중 가장 괴로웠던 일은?
▲답=지난 14일 박대리님의 40회생일(박씨의 호적상 나이는 37세나 실제 나이는40세임)을 맞고도 축복하지못하고 숨어서 보내야하는 것이었다. 그날밤 맥주3병을 함께 마시고 밤새껏 둘이서 울며 지샜다. 다음은 부모님과 친구들을 실망시킨 것이 가장 가슴아팠다. 밤마다 부모와 학교동창생들의 꿈을 꾸었다.
▲문=도피생활중 일과는?
▲답=오전8시쯤 일어나고 낮에는 월간잡지와 신문을 뒤적이며 소일했다. 밤에는 하오10시 TV의 마지막「뉴스」를 시청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문=범행전 박씨와는 주로 어디서 만나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답=범행을 모의하기전인 지난3월까지는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했다. 한달에 1∼2번은 서울서 외박을 했다, 서울에 갈때는 고속「버스」를 타고가 다방에서 차를 마시고 극장구경을 한뒤 여관에서 잤다. 「호텔」같은데는 가보지도 않았고 돈을 낭비한일도 없다.
▲문=범행은 누가 먼저 제의했나?
▲답=나는 대리님의 말에 따랐을 뿐이다.
▲문=자수하기전 박씨와 장래문제에 대해 상의한적이 있는가?
▲답=없다. 우리는 서로가 가족관계나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얘기를 피해왔다. 나는 그분의 아픈 곳을 건드리고 싶지않았다. 【인천=장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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