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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 추세의 「영해」범위와 한국의 이해|「카라카스」해양법 회의를 계기로 본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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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는6월 「베네쉘라」의 「카라카스」에서 열릴 제3차 국제 해양법 회의는 한국과도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①영해 및 접속 수역의 한계 ②수산자원 보호 문제 ③대륙붕 개발 및 그 한계 ④심해 해저자원 귀속 문제 ⑤해양오염의 방지 문제 등을 다룰 예정이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①항과 ③항이다. 영해 및 접속 수역의 한계는 현재 긴장 상태가 고조되고 있는 서해안 일대의 분쟁을 한층 악화시킬 가능성이 짙을 뿐만 아니라 빚더미 위에서 고도 성장을 지속한 원양어업계의 사활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12해리 안이 유력>
영해의 범위에 관해서는 3해리∼2백 해리에 이르기까지 10여 개의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12해리 안의 통과가 확실시된다.
지금까지 3해리 안을 고집해 오던 EC(구주 공동체) 제국이 지난2월 12해리 안으로 선회, 지지 국의 숫자가 1백 개국을 상회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12해리 영해 안이 가결되고 한국이 이를 수락했을 때 불과5∼10해리의 거리를 두고 맞서 있는 북괴와 한국 서해안 도서들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하는 가이다.
지난14일 「유엔」에서 작성한 침략의 정의(안)에 의하면 상대가 교전 단체이거나 교전 단체 승인이 없는 단순한 무장 집단일 경우에도 무력 행사는「침략」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단체」, 혹은 「집단」의 해안 봉쇄도·침략으로 정의했다.
한데 현재 한국측이 관할하는 서해 북부의 제 도서를 중심으로 12해리 영해를 설정한다면 실질적으로 북한 옹진 반도에 대한 해안 봉쇄로 몰려 자칫 곤란한 올가미에 걸려들 위험마저 있다. 따라서 5∼10해리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지역의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대비책이 사전에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필요성도 자연히 대두되는 것이다.
영해 외에 접속 수역의 한계도 큰 문제이다. 현재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케냐」가 제창한 2백 해리의 경제 수역 안인데 이 안이 가결될 경우, 한국 원양업계는 최소25%,최고 50%까지의 수입 감소가 불가피해진다.
거의 모든 어장이 경제수역이란 이름으로 연안 국가의 전속적인 관할 하에 들어가므로 입어료 지불·어로 제한 등 막대한 추가 지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입50%는 감소>
또 2백 해리 경제수역 안이 설사 3분의2 지지를 얻지 못해서 부결된다 하더라도 이미 2백 해리 경제 수역을 선포한 10개국 외에 약15개국이 일방적인 선언을 할 것으로 추측된다. 차관으로 원양 업계를 확대하는 정책은 당연히 재검토되어야 할 단계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제수역 내지 어로전관 수역의 확대 추세는 한·일 어업·협정의 재검토를 불가피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전관수역·공동규제 수역 등은 실효면 을 제쳐놓더라도 한국측에 현저히 불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③항의 대륙붕 개발 및 그 한계 문제는 어쩌면 한국과 중공의 직접 협상을 불가피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중공은 현재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한·일 양국의 대륙붕 개발 협정 중 서남 해역 일대의 「분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바 있으며 우리 정부는 이미 중공과의 직접 협상 용의를 표명했었다.
따라서 「카라카스」회의가 대륙붕 개발에 관한 지침을 마련한다면 황해 및 남해역의 대륙붕 관할권을 두고 한국과 중공이 담판할 가능성은 더욱 짙어진다.
그밖에 심해 해저의 개발과 연안국의 권리 문제는 67년「말타」의「파르도」가 제기, 70년 「유엔」총회에서 정식으로 해양 법회의 의제가 되었다.
하지만 해저자원의 개발 이용은 주로 원유에 한정되고 있으므로 한국과는 별 관련이 없다.
원래 해양법은 국제법의 여러 분야 가운데서도 가장 뒤떨어진 채 소수의 해양 강대국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

<미일과 의견 조정>
예컨대 대포의 착탄거리에 따라 18세기에 결정되었던 3해리 영해의 관행은 『더 넓은 공해』를 바라는 해양 강대국들의 고집 때문에 1백년 이상이나 고쳐지지 못했던 것이다.
58년의 제1차 해양법 회의나 이번의 제3차 회의는 해양법을 관습법에서 성문법으로 진화시킨다는 측면과 소수의 해양 강국에 대한 다수의 반발이라는 측면을 동시에 갖는다.
소련이 정치적 손실을 각오하고 제3세계의 『더 넓은 영해, 더 넓은 접속 수역』주장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이와 같은 사정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이번 회의를 앞두고 주로 일본·미국 등 해양 강대국과 의견을 조정, 이들과 궤도를 같이하기로 결정 한데 대해 일부에서는 이상 감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홍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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