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의 「에니트·프리기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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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늘의 세계 「스포츠」를 흔히「블랙·파워」가 판치는 시대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수영·「스키」·「스케이팅」등의 종목에서는 흑인이 전무하다시피해서 백인의 온상지가 되어 왔던 것. 한데 수영에서도 화란의「에니트·프리기트」(19·사진)라는 여자 흑인선수가 나타나 백인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흑인들이 육상·축구·야구 등에 선천적인 소질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미 정설이 되어있지만 수영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이 통설처럼 되어왔다.
그 근거로 미국「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의 인류학자인 「헌트」박사는 흑인의 근육이 선천적으로 찬물 속에서는 백인보다 빨리 식기때문에 수영에서는 부적격이라고 말한바있으며 미국의 수영「코치」인「라누」씨는 흑인은 골격이 무겁기 때문에 빨리 헤엄치기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영국의 「채린튼」교수는 흑인의 체내지방질분포가 수영에는 적합치 않다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한바 있다.
과거의 수영실적을 봐도 흑인선수라고는 1966년에 잠깐 빛을 낸 「프랑스」의 「레이몽·세제루」가 고작이었으니 이들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지 않았던 것.
한데 화란령인 「쿠라스」지방 출신으로 4년전에「데뷔」한 「프리기트」양은 흑인여자로 처음 「뮌헨·올림픽」에 출전했고 작년의 세계선수권 대회때는 은·동「메달」을 획득하더니 지난주에는 자유영 1백m에서 57초4의 세계신기록을「마크」, 수영에서 첫「블랙·파워」의 기수가 되고있다.
이 때문에 세계수영계는「프리기트」양에게 온갖 신경을 세우고 있는데 과거의 통설과는 달리 흑인도 수영계를 석권할 날이 멀지 않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아 더욱 흥미를 끌고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은 미국의 수영「코치」인「카운슬머」씨와 인류학자인「코프」박사. 이들은 체칠적으로 흑인이 수영에 부적격하다는 근거는 하나도 없으며 다만 흑·백 인종차별로 흑인이 수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빛을 못 봤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에서는 아직까지 육상에서만 흑인선풍이 일어났으나 「나이지리아」등이 국제규격의「풀」시설을 마련한 이상 앞으로는 수영에서도 「블랙·파워」가 세계수영계를 풍미할 것이라 예언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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