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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가슴이 아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상을 사노라면 가슴 아픈 일을 숱하게 겪는다. 가난·불평등 불의·폭력·무지·불행·좌절 등은 모두 우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들이다. 사회적 부조리가, 때로는 비극적인 사랑이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형이상학적(?)인 흉통은 의사들의 관심 밖의 것들이다.
어떻든 가슴이 아프다는 호소는 머리가 아프다는 호소만큼 의사들이 자주 듣는다. 실제로 흉통은 가장 gms한 증상 중의 하나다.
위장병 환자들은 대부분이 가슴이 답답하거나 가슴이 아픈 증상을 느낀다. 흉통이 타는 듯한, 그리고 뾰족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성질을 띠기도 한다. 위염이나 위궤양이 아닌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늑막염인 때도 가슴이 아프다. 대개 염증을 일으킨 부위가 아픈데 기침·재채기·심호흡으로 심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심장에 잘못이 있어서 생기는 흉통은 표면보다는 약간 깊숙이 한복판에서 느껴지는데 통증이 목·턱·어깨·팔 등으로 퍼지는 양상을 띤다. 그리고 운동을 하면 심해지고 쉬면 곧 사라지는 특징을 나타내기도 한다.
때로는 목 부위의 척추와 가슴 척추의 관절염이나 「디스크」가, 때로는 담낭염·췌장염·식도의 이상 등이 흉통을 일으킨다.
물론 전혀 병적이 아닌 흉통도 있다. 예컨대 기분이 몹시 상했을 때나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경우 야기된 흉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심장병에 걸리지 않았나 걱정하는 사람들에게서 흉통이 나타나는 때가 많은데 이것도 병은 아니다.
그러나 중년기 이후에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완강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나타날 때는 지체하지 말고 의사의 정확한 진찰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암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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