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에 취한 스웨덴 기업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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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열린 ‘스웨덴 산업 유산’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이 ‘화요’를 따른 잔으로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산 번트 그룬데빅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중장, 피터 칼버그 주한 스웨덴상공회의소 회장, 조태권 광주요 회장의 딸인 조희경 비채나 대표,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 [오종택 기자]

지난 24일 오후 7시30분 서울 소공로의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 홀에 모인 180여 명의 국내외 인사들이 “할렐루야-”로 끝나는 스웨덴의 권주가(勸酒歌) 한 곡을 힘차게 불렀다. 이들은 곧 ‘스코올!(건배)’을 외치며 모두가 각자의 앞에 놓인 도자기 잔을 입에 가져갔다. “진하다” “향이 부드럽다”는 평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잔에 담긴 술은 국내산 증류소주 ‘화요(火堯)’ 중 알코올 도수 41도 제품. 주한 스웨덴상공회의소가 이날 개최한 ‘스웨덴 산업 유산’ 행사의 공식 건배주였다. 한국 술이 스웨덴 기업인 행사에서 건배주로 쓰이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스웨덴에서 만들어지는 보드카 ‘앱솔루트’를 주로 사용해 왔다. 건배는 만찬 순서 중 ‘스냅스(Snaps)’라는 스웨덴 전통 방법으로 진행됐다. 권주가를 같이 부르고 건배를 외친 후 잔에 담긴 술을 한 입에 털어 넣는 방식이었다.

피터 칼버그 주한 스웨덴상공회의소 회장은 “스웨덴의 문화를 한국 기업인들과 공유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행사에 스웨덴 기업인들 요청으로 화요를 건배주로 내놓게 됐다”며 “보드카와 알코올 도수가 비슷할 뿐 아니라 한국의 전통을 계승한 화요의 이미지와 가치가 스웨덴 전통 문화를 소개하려는 행사의 취지와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조태권 광주요 회장은 “건배주는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대표하는 세계적 명주가 대부분 선정되는데 이번 행사에 초대됨으로써 화요의 진면목이 다시 입증됐다”고 기뻐했다. 화요는 2010년 주요 20개국(G20) 공식 칵테일로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하와이 푸드&와인 페스티벌’에 한국 술 중에서 유일하게 초청받기도 했다.

 이날 화요를 맛본 구스타프 호칸 보린 SAAB 한국 지사장은 “보드카는 향이 없는데 화요 특유의 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깨끗했다”며 “특히 연어·스테이크 등 서양 음식과도 잘 어우러진다”고 평했다.

글=문병주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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