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의 경기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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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세계를 휩쓴 석유파동의 격심한 충격과 국제경기의 후퇴는 우리 경제에 대해서도 마침내 1·4분기 중에 볼 수 있는 바와 같은 물가앙등과 경제활동의 둔화를 가져오고야 말았다.
사실 1·4분기중의 물가는 가히 폭등이라 할만한 것이었고 경제활동의 향배를 크게 좌우할만한 것이었다. 기중에 취해진 주요상품가격의 대폭인상과 이를 계기로 결과된 도매물가의 23·8%상승은 물가의 악순환적 상승운동을 촉발하는데 충분한 것이었으되, 물가구조와 체계를 그 근저에서부터 흔들어 놓는 것이 되었다. 물론 이것은 경제활동의 대대적인 조정을 뜻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심한 인플레 하에서 볼 수 있는 재고투기와 환물투자의 촉진, 또 그러면서도 물가상승운동의 불규칙성과 불안 때문에 신규시설투자가 주춤하게되는 현상 등을 또한 가져왔다.
이것은 국제경기의 후퇴와 더불어 총체경제활동의 변화로써 나타났다. 한마디로 말해 연16·9%의 고율성장으로 상징되던 지난해의 호황은 이로써 한풀 꺾이는 것이 되었고, 이와같은 고율성장을 주도하였던 수입과 수출의 증대도 변조를 보여주기 시작하였음이 각종 지표로 나타났다. 이에 있어서도 사전적인 지표는 사후적인 것보다 더욱 그러한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실 1·4분기 중에 찾아 볼 수 있는 낙관적인 자료는 오직 공업생산지수의 신장뿐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호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 호황을 주도하는 것이라고는 더욱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지난해 호황의 관성과 특히 지난2월중의 재고투자의 증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수출과 수입의 움직임은 l·4분기의 경기변조를 가리키는 자료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다. 국내생산활동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수출과 국내투자 및 소비의 움직임을 크게 반영하는 수입이 1·4분기 중에 기대하던 것보다 불안한 실적을 보여주었으며, 이보다는 앞으로도 더욱 그렇게 될 가능성이 짙게 보여지고있는 것을 주목해야한다.
분명히1·4분기 중에도 수출과 수입은 공히 명목적으로는 크게 늘었다. 그러나 그것은 부분적으로 내외물가의 상승 때문이므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국제경기의 후퇴와 국내경제활동에 따라 둔화될 것이지만, 국제경기에 관한 한 그 선행지표라 할수 있는 신용상내도액은 벌써 크게 감소되고 있으며 국내산업의 신규시설투자의 정체는 불원 수입증가율의 둔화로 나타날 것이다.
국내산업의 신규시설투자의 감퇴는 공업용 건축허가면적, 기계류 수입, 선박수송활동 등 각종 투자지표의 하강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경기예고지표의 하락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산업 및 기업의 기대는 이처럼 점차 후퇴기미를 보여주고 있으므로 경기는 2·4분기에 더욱 후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것은 국내유동성의 감소로 격화될 기업의 자금난 때문에 더욱 그런 가능성이 짙다.
1·4분기 중 국내여신은 늘었지만 재정 및 외환부문의 환수요인으로 통화량은 도리어 줄었는데 그동안의 물가폭등은 통화의 실질잔고를 크게 감소시켰으며 가뜩이나 시중의 실물자산선호바람에 대금조달이 어려운 기업에는 자금난격화의 큰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기업의 자금난을 풀어주기 위해 함부로 유동성팽창정책을 추구할 수 없는 것도 또한 1·4분기의 급박한 물가정세에 비추어 당연한 요청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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