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울시는 팁을 제도화하려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시지프스만큼이나 대단한 일에 손댄 셈이다.
우선 팁을 우리말로 뭐라 바꿔 놓을지부터가 큰 일이다. 도시 팁이란 우리 나라에선 생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팁이란 영어의 어원도 그리 분명치는 않다. 속설로는 새뮤얼·존슨의 시대, 코피·하우스의 테이블마다 동전상자가 놓여있어 여기에 라는 표시가 붙어있었다고 한다. 『신속한 봉사를 받기 위하여』라는 뜻이다. 이 말의 두 문자 셋을 합쳐서 팁(tip)이란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설을 일소에 붙이고 stipend(소액의 수당)의 준말일 거라고 추론하는 학자들이 많다. 「스타이펜드」란 영어는 선물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stips에서나왔다.
어원이야 어떻든 팁이란 말이 나오기는 1727년부터일 게라고 옥스퍼드 대영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18세기 중엽에 차커레이가 쓴 소설에 『스쿨보이의 팁』이란 말이 나온다. 어린이에게 주는 잔돈푼이란 뜻으로 그는 이 말을 쓴 것이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양인들도 팁을 가장 골치 아픈 것으로 여긴다. 팁이 관습과 경우와 고장에 띠라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언젠가 파이잘 왕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신문을 갖다준 보이에게 50달러를 주었다.
보통사람의 경우는 25센트만 주어도 많은 편이다. 이런 때 1달러나 준다면 오히려 촌놈소리틀 듣는다. 만약에 팁을 안준다면 『중국말을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짜다는 뜻이다.
짜지 않더라도 팁의 적정선을 안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령 골프장의 캐디에게 주는 팁은 한 라운드 당50센트다. 한 캐디를 두 사람이 같이 쓸 때는 물론 배가된다. 그 이상을 주면 촌놈이 된다.
호텔의 룸·서비스료는 미리 가산되어 나오는 게 보통이지만, 방안에서 식사할 때에는 따로 또 15%쯤의 팁을 청구하는 서구의 호텔도 있다. 그러나 가장 까다로운 것은 역시 술 마시는 곳에서 주는 팁이다. 팁을 가장 많이 바라는 곳도 술집이다.
팁을 독일에서는 기이하게도 트링크겔트(Trinkgeld)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또 푸르브와르(pourboire)라고 한다. 둘 다 술 마시기 위한 돈이라는 뜻이다. 이것으로 미루어 팁이란 유럽에서도 술집에서 시작됐다고 봐야 옳은 듯 하다.
어느 나라나 술집의 종업원들은 모두 팁을 받기 위해 일한다. 따라서 팁을 많이 줄수록 환영받기 마련이다. 술이 손님의 마음을 너그럽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런 술집에서의 팁에 적정선을 만든다고 지켜지리라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