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밀어닥친 인상파고-유류·농공산품값 재조정의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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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년 들어 단속적으로 밀어닥치던 각종 가격의 인상 러쉬가 8일 석유류값의 22·3% 인상을 비롯한 주요 공산품 및 농수산품값 인상조정으로 일단 끝을 맺었다. 석유류값 인상은 이미 예측되어온 바와 같이 생산되는 유류 중 57%를 차지하는 벙커C유 값이 공장도가 기준 35%가 올라 정유회사측의 요청인 50%선을 크게 누른 반면 기타 유류값은 소비억제를 기한다는 명목아래 소폭 인상했다.

<인상 이유>
정부가 석유류 가격을 재인상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로 내세우는 근거는 ⓛ그동안 원유 도입가가 2월초 정부가 인정했던 배럴당 9·17달러에서 9·50달러(아라비언·미디엄 기준) 로 올랐으며 ②운임도 배럴당 54·8센트에서 69·2센트로 약16센트가 올랐다는 점을 들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석유류 가격을 올려주지 않을 경우 ▲유공은 3백55억원 ▲호유는 1백95억원 ▲경인은 1백11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며 이를 앞세워 국제석유자본은 원유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해 왔었다.
이같은 원유가 상승 및 공급기피 현상에 당면한 정부는 부득이 유류가격 재조정에 착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유회사 이익 12% 보장>
이는 연 12%의 이익보장을 규정한 유류도입협약에 비추어 불가피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정부는 1억 달러의 원유도입 추가부담이 발생한 대신 호유 30억원·유공 10억원의 흑자와 경인 에너지의 26억원 적자로 수지가 크게 개선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석탄·유류 등 기초 에너지에다 석유화학제품의 가격인상으로 전반적인 코스트·푸쉬 요인이 광범위하게 작용하나 정부가 가격인상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있다.

<이중가격 불가피>
정부는 이번 기초 에너지값 조정 때 석유류 투입비중이 10%이상 되는 공산품을 골라 5%이상의 가격인상요인이 발생하는 것에 한해 가격을 인상 조정해 주었다는 설명이다.
즉 시멘트·판유리·소다회 등 3개 품목에 한정했다는 결론이다.
그 결과 여타공산품은 원가상승 압력을 또다시 자체 흡수해야만 한다는 난제를 떠 안은 셈이다.
그렇다고 불황 속의 인플레 속에서 가뜩이나 경영압박을 받는 기업 사이드에서 모든 것을 소화시킨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결국 가격의 이중구조가 이루어질 우려가 다분히 있다.

<가계부담>
또한 가계면에서 보자면 석탄·경유 등의 가격이 올라 비수요기라고 하지만 직접적인 주름살이 닥쳐오게 됐다.
정부는 이번 가격조정을 마지막으로 연내에 대폭적인 변동은 없을 것으로 장담하고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해외에서의 여건이 큰 변동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인 『고가격 위에서의 물가안정』이라는 뜻을 지니고있는 것이다.

<농민부담 위협하는 비료 적자>
한편 작년 말부터 올리기로 작정되어 있던 비료 정부인수가격은 평균 97·2%라는 기록적인 상승폭으로 조정되었다. 이로써 정부는 올해 중에만도 8백억원이 넘는 비료 재정적자 누증을 짊어지게 되었다.
이 부담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전가될 것이다. 물론 그 동안의 생산원가 상승요인이 적지 않게 누적되었던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으나 과연 2배나 되는 일시적인 조정이 전혀 불가피했던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더우기 재정적자의 누적이 감당키 어려운 싯점에서 결국은 대 농민판매가의 인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은농수산당국자들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번의 대폭적인 인수가격 조정이 비료생산 독려에 주안점이 두어져있는 만큼 생산시설의 최대한 가동으로 수급차질을 줄이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비료회사별로는 연말의 숙제인 평준화가 어느 정도 진전되어 요소의 경우 가격이 낮은 한비가 1백8%, 종합화학이 95%인상으로 차등조정이 이루어졌으며 용성인비의 경우 제조회사에 관계없이 t당 3만3천5백41원으로 통일되었다.
이번에 함께 조정된 우유는 소비자가격이 지정되지 않아 정부가 권장하는 소매 마진(5원) 이 잘 지켜질지 의문이며 소비자가격은 종전대로 두고 공장도 가격만 오른 분유는 유통과정의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현영진·김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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