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설 … 잔소리 대신 덕담 오가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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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설날은 부산스러웠다. 집집의 남자들이 죄다 나와서 산기슭의 무덤에다 절을 하고는 윷놀이다 술판이다 해서 종일 온동네가 떠나가라 시끄러웠다.’

 소설가 김종광(43)이 콩트『도깨비도 설날을 사랑한다』에서 그린 1970~80년대 설맞이 풍경이다. 이젠 흘러간 추억이다. 콩트는 계속해서 요즘 설 풍경도 그려낸다. ‘자식들은, 친척들은 빠르게 왔다가 빠르게 돌아간다. 옛날엔 ‘설날’이라는 말만 들어도 들썩들썩했는데, 이천년대 들어서는 좀체 달뜨지가 않는다. 하지만 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긴다.’

 요즘 젊은이들이 설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것은 최근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세종사이버대가 재학생·졸업생 1813명을 설문한 결과 72%가 “설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성인 501명에게 ‘설날 바꿔야 할 문화’를 물었더니 44%가 “잔소리처럼 들리는 안부 묻기”라고 답했다. 응답자가 꼽은 ‘금지어’는 취업(52%), 결혼(47%), 외모(22%) 순이었다.

 다행히 날씨는 젊은이들 귀성길을 도와줄 전망이다. 25일 전국에 비(또는 눈)가 온 뒤 설 연휴(1월 30일~2월 2일) 내내 전국이 대체로 맑고 한파도 없겠다. 기다리는 웃어른 입장이라면, 덕담은 챙기고 잔소리는 조심할 일이다. 귀여운 자식과 손주, 반가운 사촌동생이 절로 찾아와 품에 안기는 설이 되도록.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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