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전선-비상 점검 (10)|석유·원자재 파동 뒤의 품목별 현황|합성 섬유 직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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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합성 섬유 직물류의 수출 전망은 한마디로 지극히 어둡다. 불황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이 섬유업계 전반에 걸친 문제라면 그 중에서도 합성 직물 업계가 받는 강도는 어느 업종보다도 크다는 이야기다.
3월 들어선 현재 업체별로 차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수출업체들이 거의 「오더」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수출시장에서의 가장 힘겨운 상대인 일본업계가 3월 결산 기에 접어들면서 「덤핑」에 가까운 싼 가격으로 물건을 내 놓고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재고 정리 형식으로 내놓는 일본 제품이 「홍콩」·「오스트레일리아」·영국 등 구주 제국의 금년도 수입 수요를 충족시켰기 때문에 시장이 끊어지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합성 섬유 직물 가운데서도 「나일론·다후다」는 「홍콩」등 동남아 시장을, 「폴리에스터」 제품은 일본·영국·「오스트레일리아」등을 주된 수출 대상 지역으로 삼아온 우리 나라 업계로서는 이 같은 일본 업계의 횡포 때문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결론이다.
물론 작년 하반기부터의 석유「쇼크」에 기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국제 시장에서의 상대적인 경쟁력 약화도 큰 원인이 되고 있다.
2월말 현재 L/C내도액은 2천4백%만 「달러」, 이는 금년도 수출 목표 1억「달러」의 24·38%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그나마 3월 들면서 「오더」가 격감하기 시작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태가 9월까지는 계속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사실상 올해 합성 섬유 직물류의 수출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작년과 같이 목표 3천만 「달러」에 7천2백63만4천「달러」의 수출 실적으로 계획대비 2백42%의 수출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작년 수출액의 50% 수준만 해도 다행이라는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러한 상황아래서 업체들은 거의 필사적인 수출 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국제적으로 섬유 원단 등 직물류가 「오버·스토크」 상태에 있으며 ②구주 지역에서는 특히 가격 불안정에 따른 시장 형성까지 되지 않고 ③최근 세계 각국이 섬유류의 기초 원자재에 대한 자급 태세를 갖추면서 수출시장이 좁아져 돌파구를 찾기 힘든 상태에 놓여있다.
한일 합섬의 경의 올해부터 해외 시장 정보 수집 활동 밖에는 돌파구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출 관계자를 대거 해외 출장 형식으로 내보내는 등 해외 시장 조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즉 현지 시장의 기호 변화와 가격 동향·수출 대상 국가의 정책 변화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하면 풍한 화섬의 경우는 해외 지점망의 대폭 증설로 「세일즈」 활동 등의 강화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업계 일부에서는 최근의 이 같은 수출 격감은 이미 업계가 스스로 타개하기는 힘들어졌으며 따라서 정부의 외교·통상 「채늘」을 통한 범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입국이던 미국만 해도 최근 섬유 등의 시설 증대로 앞으로는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의 이행 과정에 놓여 있는데다 개발도상국의 제품에까지도 미국에의 유입을 극도로 제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막연히 미국의 호경기는 곧 우리 나라 섬유 제품의 수출 증대로 생각해오던 사고 방식을 하루빨리 버려야 된다는 이야기마저 나돌고 있는 것이다.
합성 섬유 직물 업체의 공장 가동도 작년 하반기의 「풀」 가동에서 현재에는 잘해야 70% 정도이고 보통 30% 정도에서 머무른 채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합성 섬유 직물류의 가득률도 지난해까지의 50% 안팎에서 30∼40%선으로 떨어지는 상태.
따라서 보다 가공도가 높은 제품의 수출로 가득률을 높이고 품질 위주의 수출로 『값싼 「코리어·메이드」』라는 인상을 씻고 보다 적극적인 해외 시장 조사 활동을 벌여 업계 나름의 돌파구를 찾는 일과 정부 당국의 강력한 통상 외교 활동으로 우리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부닥치고 있는 장애 요소의 제거가 시급한 상태이다.

<백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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