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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서 철새 의문의 폐사 … 변종AI?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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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충남 서천군 방역 차량이 화양면 완포리 금강하구 철새 도래지 일대를 소독하고 있다. 지난 21일 이곳에서 발견된 죽은 가창오리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죽은 철새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전염력이 강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전북 고창군에서 300㎞ 떨어진 부산 을숙도와 260㎞ 거리의 경북 영덕군에서까지다. 지난 16일 고창에서 첫 AI 의심 신고를 하고 일주일 만이다. 그러나 영덕에서 죽은 철새에게서는 기존에 알려진 AI 바이러스나 독극물이 발견되지 않아 정체를 알 수 없는 변종 바이러스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경북 가축위생시험소에 따르면 22일 낮 12시쯤 영덕군 영덕읍 오보해수욕장 방파제 앞바다에 오리 무리에 속하는 ‘검은댕기흰죽지’ 11마리가 다친 데 없이 죽은 채 떠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 이보다 하루 앞서 21일 낮 12시에는 고령군 낙동강 회천교 부근에서 청둥오리 4마리의 사체가 발견되는 등 경북지역에서만 16마리의 철새 폐사가 신고됐다.

경북도는 일단 영덕에서 죽은 철새에 대해 자체 조사했으나 AI 바이러스나 독극물이 나오지 않았다. 경북도 조광현 가축방역 연구관은 “죽은 이유가 전혀 추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3일 오후에는 부산 을숙도 철새도래지 근처 낙동강변에서 붉은 부리 갈매기 1마리와 물닭 1마리가, 충남 당진시 삽교호에서 가창오리 19마리와 청둥오리 1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부산·영덕·당진에서 죽은 철새에 대해서는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사인을 정밀 분석 중이다.

 이와 별도로 을숙도 철새 배설물에선 AI 바이러스가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가 경상대에 의뢰해 실시한 간이 검사에서다.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인지는 추가 검사를 해야 알 수 있다.

  AI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대처하는 정부는 부처 간에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철새 관련 정책을 주관하는 환경부는 “영덕 철새 죽음에 대해 농 식품부에서 통보 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부처 간 칸막이 허물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AI 철새 원인론’에 대해서는 의문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 권재한 축산정책국장은 “현재로선 철새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조류보호협회 남궁대식(60) 사무총장은 “올해 가창오리는 일찌감치 11월에 영암호(전남 영암·해남)에 날아들었다”며 “가창오리가 원인이라면 영암 주변부터 AI가 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류보호협회에 따르면 가창오리는 11월부터 영암호 등지에 머물다 12월에 북쪽인 고창군 동림저수지와 전북 군산시 금강 하구 등지로 옮겼다. 그러니 가창오리가 외국에서 AI 바이러스를 옮겨왔다면 영암 인근부터 AI가 나타나야 논리가 들어맞는다.

 남궁대식 사무총장은 “여행객에게 묻어온 바이러스가 농가에 잠복해 변이를 일으킨 뒤 철새에게 전염됐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권철암·김윤호 기자,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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