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세계"의 기수…이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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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음은 근착「뉴스위크」지에 기고한 독일의「디·차이트」지 주필「데오·소머」씨의「제4의 세계」를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주>
최근의 석유위기는「제4세계」를 출현시켰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 군을「제1 세계」, 공산주의 국가 군을「제2세계」, 저 개발국가 군을「제3세계」라고 지칭할 수 있다면 개발은 늦었어도 거대한 부를 가진「아랍」산유국가 군을「제4세계」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이「제4세계」에서「이란」이 주도권을 잡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예컨대 최근 중동을 여행한바 있는 한 미국인은『아직 신「파르샤」제국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럴 날도 멀지 않았다』고 술회할 정도다.
실제로「이란」은 부를 진보와 힘으로 변용 시킬 수 있는 천연자원, 인적자원, 정치력을 갖고 있다.
세계 제2의 석유수출국으로 원유매장량은 최소한 7백50억「배럴」에 이르고 막대한 천연「개스」자원을 갖고 있다.
더구나 3천2백만 국민은 부지런하고 교육도 충분히 받아 막대한「오일·달러」를 국내에서 활용할 능력을 갖고 있다.
정치적인 면에서도「팔레비」왕은 자가가 추구하는 목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이란」의 장내「비전」과 철학을 갖고 이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까지도 세우고 있다.
「아미론·아바스·호베이다」수상도『금세기가 다 가기 전「이란」은 초강대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4위 내지 5위의 대국이 될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이란」정부가 대대적으로 군비확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수긍이 가는 일이다.
그러나「팔레비」국왕은 야심에 찬 민족주의자는 아니다. 「팔레비」가 스스로 말하고 있는 것처럼 그의 진정한 목적은「이란」을 세계에서 사회적으로 어느 나라보다 앞서게 하는데 있고「이란」의 공업화를 염원하고 있다.
그는 2년 전부터 이른바「백색혁명」을 시작, 점차 개혁정책을 취하고 있다.
「팔레비」왕의 개혁작업이 성공하느냐 못하느냐의 열쇠는 석유가 쥐고 있다.
최근 석유인상으로 큰 이익을 보아「오일·달러」는 73년도 약40억「달러」에서 금년에는 1백80억「달러」로 급증한 것이다.
「팔레비」왕은 과거 6년간 서방측 공업제품과 소맥·철강·사탕「시멘트」값아 급등한 것을 지적하고 있으며「호베이다」수상도『석유가의 인하는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우리는 인상만을 찬성하지 인하에는 반대』라고 말하고 있다.
말하자면 검은 황금인 석유가「이란」의「백색혁명」의 추진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석유는「이란」의 사활을 좌우하는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실시되고 있는 무상 의무교육제도, 곧 실시될 예정인 무료의료제도의 확대, 산간벽지까지 시청각 교육을 하기 위한 인공위성의 발사 등을 위해서는 자금의 개입이 필요한데 석유산출의 확보가 바로 이를 위한 필요조건인 것이다.
「이란」은 막대한 군수증강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국가의 위신과 방위 및 외부침략억지의 필요성과 함께 석유산출의 확보라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란」은 71년「페르쟈」만 입구에 있는「호르무즈」해협의 3개 소도를 점령한 바 있다.
「이란」은 또한 공중 급유로「아든」과「봄베이」까지 공격할 수 있는 공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도양은 물론 남「아프리카」연방에까지 손을 뻗칠 수 있는 해군력을 갖고 있다.
「팔레비」왕은 국제사회에서도 폭넓게 처세, 「오일·달러」의 일부를 서방세계에 투자할 의향이고 74년도에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약10억「달러」를 출연할 생각인 것이다.
12개 산유국과 12개 석유 소비국이 매년 1억5천만「달러」씩 투자, 12개 개발도상국과 함께 운영하자고 제의한「팔레비」왕의「특별개발기금」구상은 각국으로부터 전례 없이 긍정적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구상은 제1, 제2의 세계를 현상 유지하고 제3의 세계의 번영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제4세계의 출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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