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법인의 재무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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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작년 12월말 결산 법인 69개를 포함한 73개 상장 법인의 재무 구조를 조사한 결과 평균 부채 비율이 3백%가 넘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으며 심한 경우는 부채 비율이 6,000%에 이르고 있다.
당초 정부가 자본 시장 육성을 제도화하기 위해서 세법상의 특혜를 주고 증권 금융을 확대한 이유는 기업의 간접 금융 의존에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지나친 부채 비율 증가가 부실 기업의 출현을 조장한다는데 착안한 것이었다. 기업이 직접 금융 비율을 높이면 높일수록 부채 비율은 떨어져 기업 체질이 강화되는 것으로 판단해서 기업 공개를 촉진시켰던 것이다. 따라서 부채 비율이 그처럼 계속 높은 수준을 지속하게 되는 이유를 분석해서 한국적 기업가 행동의 본질을 구명하는 것이 앞으로 좀더 합리적인 정책 집행을 위해 필요할 것이다.
우선 기업 공개는 세법상의 특전을 주는 것이므로 누구보다도 업자가 이 매력을 충분히 이용하려 할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그 때문에 정부의 공개 권유와 고주가 정책에 힘입어 상장 기업에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나, 솔직이 말하여 현재의 공개 조건만으로는 공개의 뜻이 없다. 따라서 공개는 오로지 세법상의 이득과 「프리미엄」 부 주식 발행의 이득을 노리는 변칙적 공개로 평가돼야 하며 때문에 그런 공개에는 한계가 있다. 즉 50%미만의 공개를 기업주가 고집하는 한, 증자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고 그 때문에 간접 금융 의존은 계속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기업을 공개함으로써 이른바 자기 자본 규모가 늘어나면 그만큼 차관 도입 능력이 커지고 간접 금융 능력도 제고되기 때문에 호경기에 투자 「러쉬」를 할 수 있다는 부채 비율을 높인 이유의 하나이다. 더우기 근자 경제 정책은 대기업 우선 주의로 기울고 있어 이들만이 계속 생업을 확대해 갈 수 있는 조건을 형성 시켜놓고 있다. 때문에 작년의 투자 「러쉬」에서 이들은 유리한 조건에 있었고, 그 결과 부채 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추가 투자 자금을 증자로 조달한다면 부채 비율은 낮아질 수 있으나 그러기에는 배당 압력과 51% 지주에 따른 자금 부담 한계가 너무나 무거웠던 것이다.
또 상장 법인은 비교적 일류 기업군에 속하는 것이며 이들은 대부분 복합 기업이다.
그러므로 「그룹」내 기업간의 상호주 보유로 자본금이 명목상 무한히 증가할 수 있는 구조를 내포하고 있어 간접 금융 능력이나 차관 도입 능력은 계속 커지나 「그룹」 전체의 실질 자기 자본은 순계로 그리 큰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상장 기업 하나 하나의 자본금은 커도 그것이 곧 자본력을 뜻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경우 「그룹」 전체로는 실질적인 증자 능력이 업는 명목 증자에 그쳐 결국 간접 금융 의존은 불가피하게 된다.
요컨대 동족 법인의 체질을 벗어나려는 풍토가 성숙되고, 상호주 보유를 통한 명목적인 자본금 확대가 제도적으로 억제되지 않는 한, 기업 공개가 직접 금융을 확대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며 때문에 공개 법인을 여건의 성숙 없이 확대시키는 것은 무리임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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