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값 재인상 조정 여부는 정유사 결손 주장 확인 후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석유류 값은 원유 도입가를 얼마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제조 원가 중 원유가의 비중이 70%를 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인정한 정유 3사의 원유 도입가는 9·17「달러」. 그런데 정유 회사측은 도입가를 9·45「달러」로 인상, 인정하고 이에 맞춰 석유가 조정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난 2월1일 석유류가의 83% 인상은 원유가가 유동적일 때 잠정 결정된 것이니 이번 OPEC (석유 수출국 기구)의 원유가 동결 결정 (6월말까지)에 따라 부족분을 정산 인상하려는 것.
또 유종별로도 가장 비중이 큰 「벙커」C유는 올리는 대신 휘발유 등을 낮추겠다고 제의하고 있다. 만약 유류가 재조정이 없으면 정유 회사는 결손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게 그들의 주장.
우리나라의 정유 3사는 모두 미 석유 재벌에서 경영권을 갖고 있고 또 원유 공급과 수송도 그들이 독점하고 있다.
민족계 정유 회사가 없기 때문에 실제 원유를 얼마로 도입하고 또 수송비가 얼마나 먹히는지 알 수 없다. 원유 공급엔 「디스카운트」 (할인)라는게 관례처럼 되어 있어 가격 체계도 지극히 복잡하다. 공시가와 시장가, 또 시장가간에도 여러 격차가 있다.
우선 원유의 실세부터 확인할 수가 없으니 석유가 조정도 추정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원유가를 일본 등에의 공급 가격에 유추하여 어림한다 하더라도 정유 회사의 이익을 얼마로 인정해 주느냐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정유 회사에의 외자 유치를 서두른 나머지 특혜적인 이익 보장을 이미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가격 산정도 「생산 코스트+이익」의 방식으로 하고 정부에서 유류 억제책을 안 쓴다는 약속도 포함되어 있다 한다.
생산 「코스트」는 자본 재도입의 다소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데 과거 경인 정유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으례 과다한 것이 보통이었다.
또 정유 3사의 생산 「코스트」가 각기 다른데 가격 결정은 가장 생산 조건이 나쁜 회사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선으로 접근되게 마련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석유가는 구조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고 여려 근원적 낭비를 소비자에 부담시키려 하는 것이다. 정유 3사는 작년 한햇동안에도 계속 결손이 난다고 비명을 올렸다. 그러나 막상 결산을 해보니 유공은 51억6천만원 (72년비 88·9% 증) 호유는 34억9천만원 (98%)의 이익이 났고 가장 생산 조건이 나쁜 경인 정유도 72년의 25억2천만원 적자에서 16억3천만원 적자로 경영이 개선됐다.
그런데도 정유 3사는 다시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휘발유 값을 내리겠다는 것도 요즘 유류 절약 「캠페인」으로 잘 팔리지 않는 휘발유의 판매를 늘려 보겠다는 계산이다.
진짜 속셈은 비중이 큰 「벙커」C유 값을 올려 더 많은 이익을 내자는 것이다. 유류가의 조정은 정부가 정유 회사에 약속한 이익 보장 조건, 정유 회사의 합작 투자 조건, 원유 독점 공급 및 수입 조건 등을 명백히 밝히고 정말 정유 회사가 경영에 곤란을 받을 만큼 채산이 악화되고 있는가를 확인한 다음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정유 회사가 소비자의 부담으로 폭리를 보고 있다는 일반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숫자적으로 반증하고 나서 다시 가격을 올려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최우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