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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거점 간첩단의 검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신직수 중앙정보부장은 15일 동해상의 울릉도를 기점으로 무려 10여년간에 걸쳐 암약해온 47명의 북괴 간첩단을 검거했다고 발표하고, 그들의 범죄 혐의와 그동안의 수사 경위를 일일이 밝혔다.
때마침, 북괴는 공해상에서 납치해간 선량한 우리 어부들을 간첩으로 조작하여 해외에서까지 허위 선전을 하는데 광분하고 있음을 상기할 때, 이들 대규모 간첩단의 암약상이 만천하에 폭로된 것은 그동안 북괴가 평화의 가면 밑에 추진해온 대남 파괴 공작의 진상이 얼마나 음흉한 것이었던가를 백일하에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모든 어려움을 무릅쓰고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북괴 김일성 도당들이 벌이고 있는 끈질기고 음흉하기 이를데 없는 대남 공작의 실태를 여지없이 전세계에 고발한 것이다.
발표와 같이, 이른바 「통혁당」 사건이래 최대의 규모였다고 할 수 있는 이들 간첩들이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침투, 그간 10여년간이나 암약을 계속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대공 경각심에 대해 다시 한번 경종을 울렸다.
더군다나 이들 간첩들의 암약이 7·4남북 공동 성명 발표 이후의 화해 「무드」하에서도 조금도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국민적 분격을 일으키기에 족한 것이지만, 동시에 이 사실은 북괴의 대남 적화 통일 노선이 시종일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었음을 실증했다는 점에서 이중으로 충격을 주는 것이다.
필경, 북괴가 내세우는 「평화 통일」이란 「평화」라는 위장 밑에 남한의 각계 각층에 그들의 첩자를 침투시켜 이른바 결정적 시기에 대비한 각종 선동과 파괴와 「사보타지」를 벌이는 것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이번 사건은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다.
최근에 이르러 북괴 김일성은 그러한 위장된 평화의 가면마저 벗어 던지고 기회 있을 때마다 공개적인 성명으로 그들의 대남 적화 통일 정책을 실천에 옮길 것을 호언하고 있다고 한다. 김일성의 이같은 망발적 발언은 그동안의 그들의 위장 평화 공세가 그들에게 「마이너스」만을 가져왔다는 정세 판단 하에 그들의 내부를 다그치겠다는 의도를 내포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앞으로 대남 적화 공작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는 이제 그들이 모든 수단과 모든 경로를 통해 더욱 많은 간첩을 남파시키고, 우리 사회 내부의 온갖 취약점에 침투해 들어올 것임을 각오하고 이들과 맞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다져야 할 것이다.
이런 뜻에서 이번 사건은 여러 가지 교훈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 우선 이번 사건은 그 연루자들이 외딴 절해의 고도로부터 농촌 지역과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어디 할 것 없이 각계 각층서 침투할 수 있는 위험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또 한가지 이번 사건은 북괴 간첩들이 그들의 망 조직을 혈연과 지연 등 특수 관계를 이용하여 조직함으로써 오랫동안 기밀이 유지 됐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반공 자세는 실로 어떤 특정 인물이나 특정 장소, 또는 특정 시간만을 상징하는 것이어서는 미흡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간첩과의 싸움에는 그야말로 상임 전장의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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