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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 전업주부, 유족·장애연금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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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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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에 대한 국민연금 차별이 철폐된다. 지금은 일하다가 전업주부가 되면 국민연금 자격이 사라진다. 이 상태에서 다치면 장애연금을 못 받고, 사망하면 가족이 유족연금을 못 받는다. 이런 위험에 빠진 사람들이 464만 명이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이런 사각지대 철폐를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세부 내용을 문답으로 알아본다.

- 유족연금·장애연금이 뭔가.

 “국민연금에는 노후연금·장애연금·유족연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보험료를 붓다가 61세가 되면 받는 게 노후연금이다. 가입 중 장애가 생기면 장애연금을 받고, 가입 중이나 연금 수령 중에 숨지면 유족연금이 생긴다. 일을 하며 열심히 보험료를 붓다가 다치거나 숨질 경우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 전업주부가 어떤 차별을 받고 있나.

 “직장생활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면 매달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거나 일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으면 전업주부(경력 단절 여성)가 되고, 국민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유족연금(보험료 납입기간이 10년 미만)이나 장애연금 혜택을 못 본다는 뜻이다. 열심히 일해서 보험료를 부었는데도 그런 차별을 받는다.”

 - 이런 사람이 많은가. 왜 이런 일이 생겼나.

 “이런 사각지대에 빠진 전업주부가 464만 명이다. 여자가 290만 명으로 남자(174만 명)보다 훨씬 많다. 여성 차별이라고 하는 이유다. 결혼해서 전업주부가 되면 남편의 연금에 기대서 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미혼여성이 일하다 실직하면 보험료를 안 내도 되는데, 이럴 때는 유족·장애연금 혜택을 본다. 기혼이냐, 미혼이냐에 따라 연금이 갈라진다.”

전업주부 한 번만 부어도 받을 수 있어

 - 6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달 18만원(절반은 회사 부담)의 보험료를 내다 최근 결혼하면서 전업주부가 됐다. 뭐가 달라지나.

 “크게 다치면 장애연금을 받는다. 장애가 심하면 1급 판정을 받아 월 46만7000원을 받는다. 3급이면 28만원을 받는다. 숨질 경우 유가족이 월 18만7000원의 유족연금을 받는다. 지금은 둘 다 못 받는다. 숨질 경우 그동안 불입한 보험료 총액(1296만원)에다 3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2.8%)를 얹어서 일시금이 유족들에게 나간다. 장애가 생기면 61세에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서 일시금을 받는다. 일시금으로 받는 것보다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으로 받는 게 훨씬 유리하다. 국민연금이 평균적으로 낸 돈의 1.8배를 받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 전업주부가 되기 전에 얼마 동안 보험료를 내야 혜택을 보나.

 “제한이 없다. 한 번만 냈어도 된다. 464만 명 중 한 번만 낸 사람이 22만 명, 2~12회가 117만 명이다. 다만 보험료를 안 낸 기간이 전체 가입기간의 3분의 1을 넘으면 혜택을 못 본다. 이를 피하려면 국민연금공단에서 소득이 없어서 보험료를 안 내도 된다는 ‘납부중지자’ 인정을 받아두는 게 좋다. 납부중지 기간은 가입기간 산정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업주부가 매달 보험료를 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전업주부가 국민연금 지역가입자로 신분이 바뀌지만 소득이 없으면 지금처럼 보험료를 안 내도 혜택을 본다.”

 - 밀린 보험료를 한꺼번에 낼 수 있게 된다는데.

 “보험료를 오래 내야 노후연금 액수가 올라간다. 납입 기간을 늘리는 게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법이 바뀌면 밀린 보험료를 한꺼번에 낼 수 있게 된다. 지금은 불가능하다.”

 - 남편의 유족연금 60만원을 받고 있다. 올 7월 만 61세가 되면서 나한테도 노후연금 50만원이 생긴다. 어떻게 되나.

 “둘 다 온전히 받을 수 없다. 중복연금 조정 제도 때문이다. 만약 본인의 노후연금을 선택하면 남편 유족연금은 20%, 즉 12만원을 받는다. 둘을 합해 62만원을 받는다. 유족연금을 너무 많이 깎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정부가 이번에 30%로 올리기로 했다. 그럴 경우 18만원으로 올라가 총액이 68만원으로 늘어난다.”

본인연금 받을 때 유족연금 20% → 30%

 - 제도 시행 이후 새로 받는 사람부터 적용되나.

 “그렇지 않다. 이미 중복연금 삭감을 받고 있는 사람도 30%로 올라간다. 다만 제도 개선 전에 받은 연금에는 소급되지 않는다.”

 - 남편 유족연금이 60만원이고, 내 연금이 30만원이어서 유족연금을 선택했다. 그랬더니만 내 연금 30만원은 한 푼도 못 받게 됐다. 내년에는 제도가 달라지나.

 “그렇지 않다. 유족연금과 내 연금이 중복돼 유족연금을 선택하는 사람은 달라지지 않는다.”

 - 출산과 군복무 보너스는 뭐가 바뀌나.

 “보너스 액수는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은 둘째를 낳으면 12개월치 연금보험료(209만원)를 지원해준다. 이만큼 보험료를 낸 것으로 인정한다. 셋째와 넷째는 각각 18개월치, 다섯째 이상은 2개월치를 지원한다. 최대 50개월치를 지원한다. 군복무(6개월 이상)는 6개월치를 지원한다. 아이가 셋이면 노후 연금액이 월 5만7470원, 군에 갔다 온 사람은 8620원의 연금이 증가한다. 지원 시기가 달라진다. 지금은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61세)에 지원하지만 앞으로는 애를 낳거나 군 제대 시점으로 앞당긴다.”

이혼 후 5년 내 분할연금 신청 가능

 - 이혼한 지 4년이 지났다. 분할연금이라는 제도를 잘 몰라서 연금을 나누지 못했다. 혜택을 볼 수 있나.

 “그렇다. 지금은 이혼한 날로부터 3년 안에 분할연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무효가 된다. 하지만 이 소멸시효가 5년으로 늘어나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이혼한 부부가 연금을 분할했다가 재결합하면 연금도 분할 전 상태로 환원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부양가족연금(연간 24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0년이 안 되면 61세에 일시금으로 돈을 돌려받는데, 소멸시효가 5년이다. 법이 개정되면 10년으로 늘어난다. 국민연금은 매년 4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 액수를 올리는데, 이 시기를 1월로 바꾼다. 그러면 1인당 연 2만2000원을 더 받는 효과가 생긴다.”

 -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언제 시행되나.

 “4월 임시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가을 정기국회에서 통과하면 내년 1월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은 여야 간에 이견이 거의 없어 내년 1월 시행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 된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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