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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경기|김만제<한국개발연구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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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금 우리 경제는 성장·안정·국제수지 면에서 크나큰 시련에 부닥치고 있다.
불안한 국제통화정세에서 그렇고 원자재의 수급문제와 석유파동 등도 여전히 그 전망이 불투명한 채 우리 경제에 큰 주름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만 하더라도 원유와 소맥의 국제가격이 불과 1년 사이에 4백 이상이나 뛰었으니 이것이 물가전반에 등귀를 초래할 것은 물론이지만 더욱이 지금까지의 상품간의 상대적 가격관계 즉 물가의 구조도 크게 바꿔놓고 있다.
지난 8·3조치 이후 국제가격이 상승되면서부터 우리나라 도매물가는 1년 반(18개월) 사이에 약 40%가 상승하였고 그동안 지극히 안정세를 유지해오던 이웃일본과 대만도 같은 기간에 각각 46%, 51%에 달하고 있어 자원이 빈약한 국가가 보는 공통적인 피해를 입증해주고 있다.
문제는 이와같은 물가상승이 거의 전부가 직접·간접으로 해외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직접적으로는 원유·소맥등 원자재의 가격상승으로 물가상승의 3분의2를 설명 할 수 있으며 나머지 3분의1은 국내가격구조의 변화를 반영한 등귀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가령 밀가루 값이 오르면 쌀에 대한 수요가 늘게되어 쌀값이 오르게되며 석유값이 크게 오르면 석탄 값이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해외요인은 상대가격의 변화를 초래함으로써 국내물가에 대하여 간접적인 상승작용도 하게 된다.
오늘날처럼 갑작스런 「인플레」의 발생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부·기업·가계로 하여금 총력적인 절약을 강요하고 있는데 이런 실정하에서는 부분적으로 경기의 후퇴가 있게 마련이다.
즉 석유류 값이 오르면 그만큼 수요가 줄게 되고 또한 값이 오른 상품구입에 지출이 늘면 한정된 소득내에서는 자연히 다른 지출이 줄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연쇄작용이 어떤 산업에는 큰 충격을 주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작금의 석유 및 원자재파동을 반영하여 자동차·주택건축·내구성 소비재 등 생필품이 아닌 「에너지」다소비형 산업의 수요가 크게 감퇴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도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치 「택시」요금이 급격히 오르면 수요가 당분간 크게 감퇴하듯이 이러한 현상은 경제전반에 걸쳐서도 일어나게 된다. 이른바 불황속의 「인플레」현상이다. 결국 시일이 흘러야 가격구조가 재정립되고 이에 따른 소비와 투자의 적응으로써 경제는 재조정되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대외의존이 큰 우리경제의 안정은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경제야 직결되고 있다. 특히 세계의 원유·식량사정은 현재로서는 그 전망이 매우 어두울 뿐 아니라 선진제국의 경기 또한 소폭이긴 하지만 불경기(「미니」불경기)가 적어도 연말까지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국내경기와 수출경기에서, 그리고 「인플레」등 우리가 오늘 겪고 있는 어려움이 언제 정상상태로 회복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우리로서는 손이 미치지 못하는 해외요인에 의해 경제가 충격을 받는 경우에는 이를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어진 여건과 그때 그때의 국제정세변화를 보다 정확히 분석함으로써 이에 기민하게 또한 신축성 있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다시 말해서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다리는 인내와 예지로써 주어진 여건에 적응하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할 시간에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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