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전5승4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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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후 9회 째 실시된 영국총선거에서「윌슨」의 노동당이 예상을 뒤엎고 집권당인 보수당에 ?승했다.
그 동안의 성적은 보수·노동 내 당 모두 4승4패, 이번 선거로 노동당이 한발 앞서게 된 셈이다.
지난70년 6월의 총 선에서 이긴 보수당이 1년3개월이나 임기를 남겨놓고 의회를 해산시킨 것은 지난2월7일. 그 직접적인 이유는 탄광노조의 쟁의수습에 실패한 때문이었다.
영국의「에너지」의존도는 석유 46%에 석탄 43%, 전력은 65%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탄광노조의 입김이 무서운 것도 당연하다.
「히드」수상은『영국을 다스리는 것이 정부냐 노조냐』는 선거 슬로건을 내걸었다. 과장된 말은 아니었다.
누구나 오늘의 영국이 전후로는 가장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영국 민으로서는『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이라고까지「타임스」지는 표현하기도 했다.
그만큼 유례없이 격렬했던 것이 이번 선거였다. 투표율이 지난 70년 총선 때의 72%보다 5%나 더 높았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영국의 지도층에서는 2대 정당의 격돌이 국론을 두 동강이로 만들까 염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위기상황하의 선거전이었음에도 런던의 거리는 매우 조용했다.『위기라면서도 타임스 지는「프라이·팬」으로 새우를 튀기는 것이 잔혹하냐 아니냐고 한가하게 논하고 있다』고「렉스프레스」지는 보도하면서 의아해했다.
아마 이런 것은 영국인이 아니면 납득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오늘의 위기의 원흉은 노조다, 이렇게 보는 히든수상과『노동당과 함께 직장으로 돌아가자』는「윌슨」의 선거운동은 계급간의 긴장감을 증대시켰다.
『그러나 도대체「데모」?는 어디 있을까. 진압의 경관 대는 어디 있는 것일까.』이렇게 프랑스의 한 주간지는 쓰기도 했다.
영국의 선거전이란 원래가 조용한 것이다. 어느 외국인이「스코틀랜드·야드」(경시청)를 방문하여『총선거가 한창이라 무척이나 바쁘시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라는「에피소드」가 있다.
이번 선거에도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한다. 서독의 슈테른 지는 어쩌면 우익봉기가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했었다. 질서를 존중하고 고난을 잘 견뎌내는 영국인의 자질이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더 큰 일인지도 모른다. 선거에는 이겼다지만 노동당은 의석의 과반수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허약한 집권당이 앞으로 풀어나갈 문제들은 너무나도 벅차다.
『정치의 1주일이란 지극히 긴 시간이다』라고「윌슨」이 말한 적이 있지만 앞으로의 영국이 어떻게 흔들릴지 아무도 예측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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