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정비는 꼭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환자=『1년에 서너 번은 혈압을「체크」해보는데요, 매번 의사로부터 혈압이 높다는 선고를 받곤 합니다. 고혈압이라는 거지요.』
의사=『언제부터 혈압이 높다는 말씀을 들으셨습니까?』
환자=『2년쯤 됩니다.』
의사=『평소 생활하시는 데 불편을 느낄만한 증상은 없는지요?』
환자=『아무런 증상도 없습니다. 저 자신은 퍽 건강하다고 자부하는데 의사들은 혈압이 높다고 혈압을 조절하는 약을 복용할 것과 몸무게를 줄이고 엄격한 식이요법을 실천하라고 강력히 권고합니다. 저는 아주 건강한데 왜 치료를 받으라는 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데요.』
의사=『많은 환자들로부터 선생님의 경우와 비슷한 불평을 듣는데요, 가령 선생님께서 자동차를 몰고 가신다고 가정해봅시다. 한쪽 「타이어」에 약간 잘못이 있더라도 보통 길을 달릴 때는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고속도로를 달리는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지 않습니까? 고속으로 달리다가 애당초 결함이 있는「타이어」가「펑크」라도 난다면 불행한 사고를 모면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증상이 없는 고혈압이라는 것도 사실은 이와 조금도 다를 바 없습니다.』
이와 같은 환자와 의사의 대화는 병원에서 흔히 있는 예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생활에 별다른 불편을 주지 않는 고혈압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고 한다. 그러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언제「펑크」가 날지도 모르는 결함 있는「타이어」를 그대로 방치한 채 자동차를 모는 행위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어느 날 갑자기「펑크」가 나서 쓰러지지 않는다고 어느 누가 보장할 것인가.
사고가 나기 전에 혈압을「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동차의 경우 주기적으로 정비를 하듯이 혈압도 규칙적으로「체크」해서 잘못이 있을 때는 지체하지 말고 고치도록 해야겠다. <김영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