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공납금의 분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현재 대학들은 2학기 등록제도를 채택하여 매 학기에 수업료를 한꺼번에 받고 있다. 1학기 분의 대학등록금은 국·공립대학의 경우에는 4∼5만원 정도이나,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평균해서 10여만 원, 그리고 특히 신입생의 경우는 20만원 가까이 되기 때문에 이의 분납은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절실한 요망임을 부인할 수 없다.
실지로, 학부형들의 입장에서는 중-고교에서 공납금을 4기별로 납부해 왔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4기별 분납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의 경우, 3월과 9월에 10여만 원씩의 공납금을 집중적으로 납입하는 것은 웬만한 가정으로서는 벅차기 때문에 이를 기별로 분납한다면 5만여 원씩만 납부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 측 사정으로는 이제까지 3월과 9월, 두 학기에 일시적으로 받던 등록금을 기별로 분납하게 되면 이에 따르는 여러 가지 폐단이 따를 것이다. 분납 제를 실시하게 되는 경우 대학에서는 연중무휴로 등록금을 받아야 할 폐단이 생길 우려가 있으며, 가 등록·본 등록 등의 절차가 중복되어 행정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또 그 동안 관례가 되다시피 한 등록금을 담보로 한 은행채무 등에 대한 금리부담이 가중하게 되는 불이익이 늘어날 것도 틀림없다.
따라서 문교부로서는 대학에 학사감사 등 감독권을 발동하겠다는 엄포만 놓지 말고 합리적인 행정지도를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재정이 어려운 학교에 대해서는 자금융자를 알선해 준다던가 학생들에게 등록금 대여를 실시해 준다던가 하는 방안을 좀더 적극적으로 연구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는 하나 대학당국으로서도 교육자의 입장에서 행정적인 사의만을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요, 학부형들의 부담경감이라는 사회적 요청에 솔선하여 응하기 위해 분납 제를 실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등록금 일부를 늦게 내는 학생들에게는 은행의 연체이자와 같은 지연료를 내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또 중간시험제도를 활용하여 중간시험직전에 중간등록을 하게 하는 방안이나 4학기 제도도 연구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대학의 공납금제도는 어차피 재정비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능력별 조기 졸업제도에 따라 등록금도 학점별로 징수해야 할 것이며, 교수들도 기본봉급 밖에 따로 수강생 수에 따라 할증 강사료를 받는 서독 식 수업료제도의 채택도 고려해 봄직한 일이다. 열 명 학생에 대한 강의나 2백 명 학생에 대한 강의나 꼭 같은 강사료를 지불하고 있는 현실은 큰 모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교부는 교수 처우개선에 관해서도 강력한 지시를 내렸다는 바 그 실천이 기대된다. 대학의 시간당 강사료가 고작 1천 원도 안 되는 현실은 부조리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문교부는 우선 국립대학의 시간당 강사료를 인상하는 데서부터 시범을 보임으로써 사립대학의 교수 처우개선과 강사료 인상도 강력히 지도하여야 할 것이다. 싼 강사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전임을 쓰지 않는 일부 경영자들에게는 전임교수의 채용을 촉구하기 위해서도 시간 강사료의 인상이 정책적인 과제라 하겠다.
10여 년의 경력을 가진 교수가 기껏 일류 기업체의 대학졸업생 초봉과 맞먹는 월급을 받는 현실은 대학의 자율과 권위회복을 위하여서도 시급히 혁파되어야 할 것이다. 교수들의 생활이 안정되지 않고는 학문의 발달이나 대학의 면학분위기 조성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대학교원에 대한 적절한 처우개선과 연구비 확보문제의 당위성은 바로 여기서부터 나오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대학과 사회는 올바른 협동체제를 이루어 학문발달과 면학분위기 조성에 적극 협력하여야만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