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부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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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종이의 소비량은 문명의 척도』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국민 1인 당 년간 종이 소비량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미국은 279kg으로 세계의 최고수준을 기록한다. 72년의 경우, 경제성장률은 6·8% 늘어난 것에 비해 종이의 수요는 7·8%나 된다. 세계 2위는「스웨덴」으로 191kg이다. 그 다음은「캐나다」연간 180·5kg이다. 4위 이하로는「스위스」·「덴마크」·「네덜란드」·영국 등의 순이다.「책과 신문의 나라」를 자처하는 일본은 세계 9위로 121kg이다.
우리 나라의 종이수요는 세계 몇 위나 될지 궁금하다. 국민 1인 당 연간 20kg 정도의 수요를 대비할만한 통계일람이 없다. 그 정도로 하위를 기록하는 것이다. 미국에 비하면 23분의1, 일본보다는 6분의1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근년에 종이의 문화는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 월 20만 부를, 돌파하는 월간잡지도 없지 않다. 이것은 60년대까지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신문의 발행 부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인구증가율을 훨씬 넘는「템포」를 보여준다. 부끄럽지 않은 일이다.
한 때 소비풍조의 만연으로 포장지 문화도 덩달아 향상되었다. 모든 상품의 포장은 당국의 시책에 따라 의식적으로 과장되기도 했다.『한국의 문화는 포장문화』라고 빈정대는 사람도 없지 않다. 역시 종이의 수요를 턱없이 늘어나게 만들었다.
종이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중국에서 비롯되었다. 서기105년(후한시대의 원흥 1년)채륜이란 사람이 발명했다. 수피·마·넝마·고어망 따위를 원료로 종이를 만들어 냈다. 당시 채륜은 용도관계의 관직에 있었다. 오늘날 사가들은 그 종이를「채륜지」라고 부르고 있다.
이 종이가 동서로 전해진 것은 서기 751년께 이다. 당과「사라센」과의 전쟁으로 포로가 된 당의 병사들이 종이를 만드는 기술을 전했다.
종이를 영어로는「페이퍼」라고 한다. 독일이나「프랑스」에선 Papier라고 표기한다. 모두「라틴」어의 Papyrus에서 유래한 말이다.「파피루스」는「이집트」의「나일」강변에 무성하는 직물의 이름이다. 역시 이 식물로 종이의 원료를 삼았던 것 같다. 책을 뜻하는 독일어 Buch나 영어의 Book란 말도 너도 밤나무(die Buche,beech)와 관계가 있다. 처음 종이를 만든 것이 이 나무 잎사귀였기 때문이다.
종이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인쇄술이 발달하면서부터 이었다.「유럽」에서 활자인쇄가 발명된 것은 1450년께 이다.
종이도 이 15세기 무렵부터 발달했다.
최근 세계의 자원고갈 현상과 함께 종이기근이 심각해지고 있다. 당장 우리 주변에서도 종이는 금붙이처럼 비싸고 귀해졌다. 지구는 문명의「언밸런스」와 함께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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