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접수한다던 카드사 오후 6시 넘으면 "영업시간 아닙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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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는 21일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 고객이 몰려 7시간을 기다리는 등 불편을 겪자 ‘연락처를 남기면 3일 이내 재발급 처리된다’고 안내했다. [김상선 기자]

“비밀번호와 CVC코드(카드 뒷면 세 자리 숫자)가 유출 안 됐으니 재발급 받으실 필요는 없으세요.”

 성미양(35·여)씨는 21일 한 시간 매달려 겨우 통화된 NH농협카드 콜센터 직원으로부터 이런 안내를 받았다.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정보만으로도 일부 해외사이트는 결제가 이뤄지는데도 말이다. 성씨는 “따로 요청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카드를 재발급해줘야 할 판에, 통화료 들여 전화한 고객한테 재발급 받지 말라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돈이 드니까 카드사가 재발급을 안 해주려 하는 듯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보유출 대란이 이어지면서 부실한 카드사 대응에 대한 고객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이날도 콜센터는 불통이거나 연결에 한참 걸렸고, 홈페이지는 다운되기 일쑤였다. 창구 혼잡도 여전했다. 롯데카드센터가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엔 개점 전부터 100여 명이 몰렸다. 잘못은 카드사가 저질렀는데, 고객이 전화하거나 직접 찾아가야 간신히 카드 재발급을 받을까말까 한 이상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 유통업체 타깃에서 4000만 명의 카드 정보가 유출되자, JP모건체이스은행과 씨티은행이 “정보가 유출된 고객 전원의 카드를 교체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카드사들이 약속했던 24시간 운영 콜센터도 시늉뿐이었다. 롯데카드는 20일 카드해지 접수를 영업시간(오전 9시~오후 6시)에만 받았다. 고객 이현숙(57)씨는 “하루 종일 전화 연결이 안 된 채 콜센터 업무가 끝나서 인터넷으로 해지 접수를 하려 했더니 카드 해지는 영업시간에만 가능하다더라”며 “이 와중에 영업시간만 지키는 카드사가 야속하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 콜센터도 20일 오후 6시 넘어 대표전화(1588-1688)로 전화하자 “지금은 영업시간이 아니니 홈페이지로 접수하라”는 안내만 반복됐다. 정보유출 고객 전용 콜센터 ‘1899-2900’이 따로 있지만 대표전화는 이를 안내하지 않았다.

 21일 오후 6시 현재 3개 카드사에 들어온 재발급·해지 신청은 174만 건을 넘어섰다. 재발급 97만3000건(KB 24만6000, 롯데 20만2000, NH 52만5000건), 해지 77만3000건(KB 35만7000, 롯데 6만5000, NH 35만2000건)이다. 아예 탈회와 함께 정보를 즉시 삭제해달라고 카드사에 요청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탈퇴해도 고객 요청이 없는 한 최대 5년간 금융사가 정보를 보관하게 돼있어서다. 하지만 정보를 지우기 전 본인에게 불이익은 없을지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금 정보를 삭제하면 올 1월에 쓴 카드 사용액은 내년 초 연말정산 때 정보가 없어 소득공제를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카드사들은 고객 불만이 커지자 21일 저녁부터 해지·재발급 신청을 영업시간 이후에도 받기 시작했다.

글=한애란·이지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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