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훈병 조난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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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2일 충무 앞 바다에서 1백 59명의 해군 훈병 및 해경 교육대원들을 수장시킨 해난사고는 그 희생자가 모두 꽃다운 나이의 장정들이라는 점에서 뿐 아니라, 우리 해군이 창설된 이래 최대의 사고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특히 이번 사고는 신병 훈련과정에 있어 마땅히 최대의, 유의를 했어야 할 안전수칙이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간 장병의 부주의 등으로 이 같은 참사를 빚었다는 점에서 국군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다.
물론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앞으로 당국의 공정한 조사에 의하여 철저히 밝혀져야 할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서 이와 같은 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선후 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현지 보고를 종합해 보건대 이번 사고는 우선 기상조건에 대한 주의의무 태만, YTL 정의 모선 근처에서의 급선회, 그리고 YTL정에의 무리한 인원적재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 같고, 그밖에 일단 유사시에 대비한 안전장비의 불휴대, 또는 사전 훈련의 부족 등이 피해를 확대케 한 것으로 짐작된다.
사고 발생당시의 기상조건이 풍속 18m, 파고 3m였다는 사실은 신병 훈련과정서의 항해로서는 처음부터 극히 조심했어야 할 위험신호가 내려진 것이었다고 보아야 하며, 그러한 점에서 이번 사고는 우선 지휘관들의 부주의에서 빚어진 것이라는 심증을 불식하기 어렵다.
물론 우리는 우리 해군이 일단 유사시에는 어떠한 악조건도 극복하여 출동할 수 있는 전기전술을 갖추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또 신병의 교육훈련이 비단 지정된 훈련장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라도 실시되어야 할 군사교육 일반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치 않는다.
이 같은 실전적인 상황을 예상치 않은 장병의 교육훈련은 마치 물에 들어가지 않은 채 수영을 가르치려는 것과 같이 무의미한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해군의 신병훈련 과정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도 애당초부터 그 교육목표가 단순한 병력수송이나 충렬사 참배에 그치지 앉고 거기에 어떤 전술적 모의 임무가 부가 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왜냐하면 그 경우 관계관이나 훈련병의 정신적 해이로 인한 이번과 같은 사고는 처음부터 일어나지도 않을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군사교육의 개념은 그 제1차적인 목표가 적을 눈앞에 둔 위기적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그 과정은 비단 피교육자인 훈병들 뿐 아니라 그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지휘관과 조교들에게도 함께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즉 비단 교육단에 근무하는 교관뿐 아니라 교육을 보조하는 모든 장병 등의 행동이 신병에 대하여 의표가 되어야 하는 것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이들은 항상 숙련된 극기전술을 갖춘 정예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고의 원인은 한갓 기상조건에 대한 부주의나 YTL정의 조타 「미스」등 기술적인 차원에만 있지 앉고 해군훈병의 교육과정 자체의 재검토까지도 요구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에 관하여는 아직도 해군 당국자와 구조된 훈병 또는 현장에서 구조작업에 종사한 민간 선박 관계자들 사이에 엇갈린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이상의 규명은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 같은 과오를 범치 않기 위해서도 철저하게 행해져야 할 것이다.
책임의 소재를 추후 적으로 규명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원인의 소재를 정확하게 밝혀내야 하겠다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사고로 인하여 빚어진 손실이 컸던 만큼, 사고로 인하여 얻는 교훈도 큰 것이 되도록 모든 성의를 쏟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고로 호국의 신이 된 수많은 영령들 앞에 삼가 명복을 빌며, 입대 후 첫 면회를 기다리다 뜻밖에도 이 같은 참변의 소식에 접하게된 유족들의 놀라움에 깊은 동정을 표하면서 정부는 이들의 뒷바라지에도 응분의 성의를 다해야 할 것임을 지적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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