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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환경 개선을 위한 「시리즈」(1)-해마다 늘어나는 낙오 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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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해의 입학「시즌」도 이제 끝났다. 해마다 입시경쟁이 끝나면 「대열에서의 낙오자」처럼 진학의 문턱에서 탈락하는 재수생이 생긴다. 지금은 학생도 아니며 그렇다고 사회인도 아닌 이를 입학유보자들은 사회에 진출하려 해도 길이 막혀있고 『대학졸업생이 아니면 안된다』는 사회의 고정관념 때문에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일류병」에 젖은 끝에 능력한계를 벗어난 부모들의 과욕과 입시낙방의 패배의식 속에 고민하는 이들 미성숙연령층은 어두운 가닥의 사회문제를 일으킬 우려마저 있다. 방황하는 이들의 사회환경개선을 위해「시리즈」로 펼쳐 본다.
고등학교와 대학의 문턱에서 탈락한 재수생수는 현재 전국적으로 줄잡아 22만명. 이 가운데 고교입시를 위한 재수생이 14만, 대학입시를 위한 재수생이 8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른바 「교육의 진공지대」에서 방황하는 미성년층 낙오대열은 해마다 늘어 방치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연세대교육대학원의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고입재수생수는 지난70년에 10만여명이던 것이 71년에는 11만, 72년엔 12만여명으로 해마다 1만여명의 증가추세를 보여 73년에는 13만, 74년에는 14만여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문교부의 연도별 대학입학예비고사지원자수와 대학모집정원 대비표에 따르면 대입탈락자수는 70년에 8만2천여명이던 것이 71년엔 10만1천, 72년엔 11만8천원, 73년엔 12만9천, 74년엔 13만8천여명. 탈락자중 약40%는 아예 진학을 포기, 일자리를 구해 나서거나 군에 입대하고 나머지 약60%는 다음해 진학을 재차 시도하는 경향. 따라서 대입재수생수 역시 70년에 5만이던 것이 71년에 6만, 72년에 7만, 73년에 7만5천, 74년에 8만5천명으로 해마다 1만명정도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재수생의 수는 이처럼 늘어나고 있지만 합격률은 반대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시련과 고민은 농도를 더해가기 마련.
서울시내 일부 대학측이 최근 5∼6년간 매년 분석한 신입생 현황조사결과에 따르면 신입생중 재수생의 비율은 69년과 70년 이후부터 계속 줄어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69년에 55%로 전체합격자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던 재수생이 70년 36%, 71년26%, 72년 40%, 73년 34%, 74년 38%로, 고려대의 경우 지난70년에 42·1%이던 것이 71년 26·4%, 72년 32·5%, 73년 34·1%, 74년 32·7%로 나타났다. 다만 연세대의 경우만은 다소 높아져 72년에 30·1%(전체지원자중 재수생의 지원비율은 37·8%)이던 것이 73년 30·8%(41·3%) 74년 34·5%(41·7%)로 나타났다.
고입재수생의 합격률은 정확히 파악된 통계자료가 없지만 이들중 학교지망상황은 19%만이 일차 실패한 세칭 일류학교를 재차 지망하고 나머지89%가 중류이하의 학교를 지망(연세대교육대학원조사)하고 있어 당초의 재수목적이 대부분 좌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수생의 합격률이 계속 떨어지는 반면 지원자수가 계속 늘어 낙오대열은 해마다 악순환을 되풀이한다.
김종서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장)등 교육학자들은 재수의 악순환현상을 현재의 교육체제와 사회여건 속에서는 어쩔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장을 세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이는 첫째로는 가치관과 사회풍조의 측면에서 기능(기능)천시경향, 지나친 교육열 및 학벌위주풍조, 다음으로는 교육제도적 측면에서 학교의 직업에 대한 「가이던스」미비, 「입학은 어렵고 졸업은 쉽다」는 대학체제, 실업기본교육 미비 및 진학위주교육, 끝으로는 산업구조면에서 산학(산학) 협동체제의 미 발달, 직업의 불안정 등에서 빚어지는 결과라는 것이다.
김종서 교수는 특히 중·고교 및 초급대학 졸업생들에게 사회진출의 길이 거의 막혀 있는 점을 악순환 현상의 중요원인으로 지적했다.
산업이 발달된 구미선진국의 경우 중·고교 졸업생들은 자신의 능력과 소질에 따라 이미 재학중에 상급학교 진학과 취업 등 졸업 후의 진로를 결정, 희망에 따라 마음대로 진출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고서는 반반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실정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는 문교부가 조사한 인문계 및 실업계고교와 실업고등전문학교 졸업생의 취업현황 통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지난69년에 26%이던 것이 70년28%, 71년28%, 72년25%, 73년26%로 나타나 5년동안 전혀 늘어나지 않고 있으며, 실업고등전문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은69년에 65%, 70년67%이던 것이 71년에는 58%, 72년에는 46%, 73년에는 42%로 해가 바뀔수록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대학졸업자가 아니면 안된다」는 그릇된 가치관과 사회풍조 및 중·고교 졸업생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산업구조 등으로 인해 상급학교 진학희망자 증가율은 모집정원 증가율을 훨씬 앞지르고, 그럴수록 낙오자의대열은 더욱 늘어나 악순환현상을 빚는 것이다. 문교부통계에 따르면 전국고등학교(고둥전문·고등기술학교포함)모집정원은 지난70년에 22만6천1백30명이던 것이 74년에는 39만5천6백50명으로 74%가 증가한데 비해 고교진학 희망자는 70년에 25만1천4백2명이던 것이 74년에는 45만9천5백명으로 80%가 증가했다.
대학의 모집정원(교대, 예·체능 제외)도 지난70년4만3백명이던 것이 74년에는 5만1천5백60명으로 약25%가 는데 비해 진학희망자수(예비고사응시자)는 70년에 12만2천4백36명이던 것이 74년에는 19만4천9백16명으로 약58%가 늘었다.
이같이 수용능력이 진학희망자 증가추세를 따르지 못해 재수생은 점점 불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여러가지 부작용이 사회발전의 암적 요소로 잠재하고 있는 것이다.<오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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