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진 의사 도미취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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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나라의사들이 미국가기 힘들어졌다.
최근 미국은 월남종전과 경기후퇴로 의사지망생들이 늘어나자 점차 외국인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라는 것. 더우기 지금까지 미국이 부족한 의사를 메우기 위해 외국의과대학 졸업생에게 실시했던 ECFMG(이 시험에 합격해야 미국에서의 취업이 허용되었다)마저 75년부터는 폐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취업하고 있는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은(70년도12월 통계) 「인턴」및 「레지던트」를 합해서 1만6천7백23명으로 이들 중 아시아출신이 1만7백46명, 미국인으로서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이 2천6백33명, 유럽인이 2천3백84명으로서 아시아출신 의사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출신 의사중에서도 필리핀이 3천3명, 인도2천5백25명, 한국1천3백9명, 태국8백37명으로 미국에서 취업하고 있는 외국인의사의 절반을 이들 4개국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70년도12월 통계에 따른 것이므로 현재는 더 많은 우리나라의 의사들이 미국에 건너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대통령순시때 보사부장관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73년 말 현재 우리나라 의사수는 총1만5천7백40명으로 이중 2천5백여명이 미국에 간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전체의사의 23%가 미국에서 봉사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그동안 미국으로 유출되는 의료인의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제로 충격을 준 바 있다.
미국의 외국인 의사가운데 단과대학으로는 5위를 마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 의대의 경우 졸업생의 40% 이상인 7백여명이 미국에서 취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세대의대의 경우 미국으로 가장 많이 빠져나간 해는 66넌도와 67년도.
66년도에는 62명의 졸업생 중 무려 45명이, 67년도에는 71명중 44명이 유출되었다.
가톨릭 의대의 경우도 65년부터 73년도까지 졸업생 9백5명 가운데 무려 2백46명이 현재 미국에서 취업중이다.
유출이 가장 심했던 해는 65년도와 66년도로 각각 졸업생 72명중 37명이, 69명중 41명이 미국으로 갔다.
이처럼 65년도와 66년도는 『미국가기』가 마치 유행병처럼 번졌던 해이다.
이들이 왜 한사코 미국엘 가려고 발버둥치느냐에 대해서는 몇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미국에서는 좋은 대우와 사회적인 존경을 받으며 최신시설과 의학정보 속에서 마음껏 의술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의료인으로서 자부심을 충족시키기에는 너무나 주어진 여건이 빈약하고 초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부 의료인의 자세는 현실도피라는 국민들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한 의학교육자가 작년 미국에 갔을때 하버드의과대학장인 「에버트」박사가 『한국은 왜 의사교육을 시켜 미국좋은 일만시키느냐』고 핀잔을 주었을 때 무어라 답변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는 말은 충분히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국민의 세금으로 교육에 막대하게 투자해서 의사로 양성된 후에 제나라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사업에 종사하지 않고 남의 나라 국민을 위한 의사가 되는 것이 그렇게 떳떳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정부에서도 종래의 의료인수급계획을 수정, 부족한 의사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각 의과대학에 약20%의 증원을 종용하는 한편의과대학생 1명의 증원에 연5천달러의 보조금을 연방정부에서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최근에는 외국인의사를 고용하는 병원등이 차차 줄어들어 이민을 간 한국인의사들까지도 취업을 못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현상은 <표>에서도 명약관화하다. 70년도부터는 미국에 가는 의사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어떻든 이제 미국가기 힘들어진 객관적 제약을 차치하고서라더 우리 의료인들도 『빈약하고 초라한』여건을 감내하면서 국민보건을 위해 어떻게 봉사해야 할 것인가를 반성할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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