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불화인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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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식물인간」이라는 말이 있다. 신경과 의사들이 쓰는 말이다. 식물인간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는 것을 자기 의사대로 할 수 없다. 손가락 하나도 마음대로 못한다. 인간으로서의 감정·감각이 없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살아 있다는 자각조차 못한다. 그야말로 식물적인 생리와 생명을 유지할 뿐인 비극적인 인간이다.
사람의 신경계에는 동물적 기능을 지배하는 「체성신경」과 식물적 기능을 맡은 「식물성신경」이 있다.
체성신경이란 자기의사에 따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고, 지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신경조직이다. 일명 뇌척추신경이라고도 한다. 식물인간이란 바로 이 동물적 기능을 잃은 사람이다.
식물적 신경이란 이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자기의사대로 할 수 없는 신경. 다른 말로는 「자율신경」이라고도 한다. 눈동자를 크고 작게 하는 운동, 침을 나오게 하는 작용, 눈물을 흘리는 일, 심장과 호흡운동, 그리고 내장의 운동과 분비·조절, 그리고 생식기를 포함한 각 기관의 기능은 이 식물신경이 하는 일이다.
식물신경은 형태적인 것과 기능적인 것으로 그 기능이 나누어져 있다. 이른바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 이들 양 계통은 내장의 기관들을 일시 지배하는 대립적인 기능을 한다. 가령 교감신경이 자극되면 심박 수는 증가하지만, 위장의 운동은 억제된다. 그와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의학에선 그와 같은 작용을 길항작용이라 한다.
따라서 이들 두 갈래의 식물신경은 언제나 「밸런스」가 잘 이루어 져야 한다. 그래야 안정된 정상인의 구실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조화가 깨어지면 그야말로 인간의 기능도 불조화를 이룬다. 비정상인이다.
이런 식물신경은 어느 신경 못지않게 신진대사나 생식 등 생명현상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그것을 한편 「생명신경」이라고 부르는 것만 보아도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김일성의 실제라는 김영주는 바로 이 「식물성신경불화증」을 앓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는 이 병 때문에 오랫동안 동구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는 얘기까지 있다. 남북조절위원회에 나타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병 때문이라고 알려 졌었다.
최근 북한은 그 김영주를 부총리 자리에 앉혔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종래에 그가 맡고 있던 직관은 노동당의 조직부장이다.
그건 당의 중추를 이루는 자리이다. 그러나 이제 김영주는 당과 행정의 요직을 겸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자율신경의 기능마저 비정상적인 그가 행정요직까지 맡은 것은 어딘지 우리에게 불안을 던져 준다. 가뜩이나 북한은 요즘 비이성적인 일들을 저지르고 있는 마당에 비정상인이 두 가지 직종을 차지하여 행정주역의 1인으로 등장한 것은 「플러스」쪽 보다는 「마이너스」의 요소가 더 강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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