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제니친 추방 찬반 싸고|불 좌파연합 불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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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주섭일특파원】소련정부의 반체제작가「솔제니친」을 국외 추방키로 한 조치의 「정당성」문제를 놓고 「프랑스」의 좌파연합은 어쩌면「연합」에 금이 갈지도 모를 논쟁을 하구 있다.
76년 선거에서 「퐁피두」정권을 물리치고 집권할 것을 목표로 연합전선을 편「프랑스」의 공산·사회·급진사회당은 이 사건이 지닌 『현실을 추구하는 한 작가의 불행』이라는 본질문제를 떠나 소련정부의 그와 같은 처사가 옮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를 둘러싸고 심각한 이견을 보여 좌파연합이 지닌 오월동주 같은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다.
좌파연합의 불화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은 이미 지난 해 12월 말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가 출판된 직후 각파의 입장이 공표될 때 드러났었는데 「솔제니친」의 서독 추방사건은 이 불화설에 불을 지른 셈이 되었다.
논쟁은 지난6일 사회당 계열의 「누벨·읍세르바톼르」지 기자가 방송 대담에서 『「솔제니친」사건은 소련에 있어서 자유의 원자폭탄』이라고 극구 찬양한데 대해 「프랑스」 공산당 서기장 「마르셰」가 7일 『「솔제니친」이 「수용소 군도」에서 지적한 것은 소련 공산당 자신이 이미 공개적으로 고발한 것으로 하나도 새로운 것이 없다. 20년 전에 끝난 사건을 갖고 이처럼 소란을 피우는 것은 반소운동분자들의 모략』이라고 공박한 것이 발단. 바로 그들이 연합하고 있는 사회당을 겨냥하는 것이기도 한 「마르셰」의 공격을 받고 「누벨·음세르바톼르」지도 참을 수 없다고 『언제 수용소의 내막이 공개적으로 비판되었는가. 소련 공산당 22차 대회에서 채택되었다고는 하나 비밀에 붙여져 소련 안에서조차 발표되지 않았다. 「수용소 군도」의 내용은 모두 새로운 것 뿐』이라고 되받은 것으로 일단 싸움이 끝나는가 싶더니….
며칠 전 「마르셰」서기장이 몇몇 좌파 기자들을 불러 오찬을 같이 하면서 유독 「누벨·읍세르바톼르」지 기자만은 초청을 해놓고 정작 참석을 하자 내쫓고 말았는데 이사실이 알려지자 「누벨·읍세르바톼르」지는 『졸렬한 처사』라고 비난하면서 한술 더 떠 「프랑스」에 거주하는 소련 망명객 중 「솔제니친」과 함께 수용소에 있었던 사람들을 찾아 「수용소군도」의 진실을 뒷받침했었다.
사태가 이쯤 되자 가만히만 있을 수 없게된 사회당 제1서기 「미테랑」은 『공산당은 사회당이 이해하게끔 이 문제에 대해 선명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마르셰」에게 일침을 가하는 한편, 『「누벨·읍세르바톼르」지와 사회당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 나는 다만 진실을 밝히고자 할 따름』이라고 양측을 모두 나무라는 것으로 소화작업을 했던 것.
그러나 「솔제니친」추방사건이 터지고 난 뒤 「프랑스」 공산당은 「이탈리아」공산당이 소련을 규탄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사건이 반 소 운동으로 확대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사회당과는 정 반대되는 입장을 천명했다. 「프랑스」 사회당은 소련 정부가 「솔제니친」에게 취한 국적 박탈, 추방조치를 두고 『창작의 자유가 민주적 사회주의에 불가결의 요소라는 것을 이번 사건을 통해 상기됐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프랑스」공산당의 표현·창작·언론 출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문제에 심각한 회의를 나타냈다.
급진 사회당도 『주요한 사실은 작가가 그의 작품을 그의 나라에서 출판을 허용 받지 못한다는 사실과 한 시민이 집권층의 비위를 거슬린다고 해서 국외 추방되는 사실이다. 표현의 자유는 어떤 좌파정권이나 자본주의 정권에 있어서 어떤 정치·경제적 「플랜」보다 우선하는 것이다.』라고 밝혀 간접적으로 공산당을 비난했다. 여기에 중도적인 정당들이 끼여들어 소련 공산당이 보인 태도는 『공산독재의 잔학함』이라고 공격하면서 사회당 간부를 초청, 사회당이 공산당과 연합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일깨워 주겠다고 말해 은근히 좌파 연합의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다.
야릇한 것은 이처럼 당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수용소 군도」가 아직「프랑스」말로는 번역 출판되지 않아 일반인들은 그 내용을 잘 모른다는 것.
「뉴요크·타임스」지가 먼저 보도한 이후 지난 1월까지「프랑스」언론온 이를 묵살해 오다 최근 「르·몽드」지가 발췌, 1면 정도 할애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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