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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택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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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통요금이 대폭 인상된 첫날인 4일부터는 때마침 초·중·고등학교의 일제 개학이 겹쳐 시내의 교통은 대 혼잡을 빚고 있다고.
바로 하루 전까지만 하더라도 합승하기조차 힘들었던「택시」는 기본요금 및 주행 료가 껑충 뛰어 오른 바람에「러쉬아워」에도 빈차가 손님을 기다리며 줄서고, 그 반면「버스」는 승객이 평소의 곱절 가까이 나 밀려 초만원 차에 다시 몸을 비벼 올라타려는 사람들로 그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6백만 인구의 초대도시에 팽창일로에 있는 시민의 교통수요를 대량으로 소화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아직 갖춰져 있지 않은 서울에서는 사실상「택시」조차 지금까지는 대중교통의 보충 구실을 하고 있었다. 출퇴근에「택시」를 이용하는 상당수의 시민들은 사치성향에서라기 보다「버스」를 탈수 없기 때문에「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한 시민들이「택시」요금의 대폭인상으로 대거「버스」에 밀려드니 만원「버스」가 장사진을 이루어도 교통체증이 풀릴 까닭이 없다.
기왕에 교통요금이 많이 올랐으니 이번 기회에「버스」나「택시」의「서비스」나 개선해야 되겠다는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업자의 입장에 바꿔 서서 보면 요금이 올랐다 하더라도 그를 웃돌고 있는 연료 값 인상 때문에 실수익이 올랐다고 하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갈수록 영세화해 가고 있는 「택시」업자나「버스」업자들, 그리고 그들 밑에서 일하고 있는 운전사나 차장들의 수입이란 그들의 과중한 일에 비해서 전혀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부 소위 지금노선을 제의하고서는 차주들의 수익도 가까스로 손익분기선을 배회하고 있고, 운전사들의 하루벌이는 그 또한 가까스로 생계 선을 상회하고 있는 형편이다. 운수업도 장사인 것은 다른「서비스」업과 매한가지다. 그래서 장사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최저의 선을 돌파하기 위한 몸부림이 폭주의 경쟁이고 추월·신호위반·교통사고로 결과되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죄없는 시민들이 입고 있다.
도시교통의 질서와 시민안전이 말하자면 운수업 종사자들의 손익 선을 뚫으려는 필사적 질주에 내맡겨져 있는 셈이다.
이런 상태를 언제까지 방치해 둘 것인가. 시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피부로 느끼는 국가의 질서란 바로 거리의 질서에서부터 일 것이다. 그런데도 여기 그 질서를 책임 맡고 있는 일선 경찰이 시민들의 편에 선 교통의 정리보다는 교통의「단속」에만 열을 올리고 있고, 거기다가 그「단속」조차도 시민들의 눈앞에서 때론 엉뚱하게 탈선을 하고 있는 광경이 GMS하게 전개된다면 시민들의 질서감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서울의 도시교통은 영세운수업자들에게 이대로 자유방임하고서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까지 와 있다고 하겠다. 하루빨리 공영화가 이루어지거나 공공운수업계의 대형화가 이루어져야 하겠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고위 정책결정 자들이 실감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리고 나서야 해결의 방안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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