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전기고 입시에 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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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구=김탁명 기자】28일 실시된 74학년도 경북 도내 전기고교입시의 제1지구 7개교(수험생 1만4천명) 공동출제 문제지에「프린트」필경사가 고교 교사와 결탁, 정답을 암시해놓은 부정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대구지검 김운태 부장검사는 수사에 나서 29일 하오 시험문제를 필경한 대구시 삼덕동186의2 신생사(대표 이영복·52) 필경사 박병대씨(34)로부터『경북고교 교련담당 이용상 교사 등과 짜고 시험지에 정답번호 숫자는「고딕」체로 바르게 쓰고 틀린 답의 숫자는「이탤릭」체로 비뚤게 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돈을 받고 알려주었다』는 자백을 받고 30일 박씨와 경북고교 필경사 송희천씨(34)·이 교사·경운중학교 사환 이종대씨(40) 등 4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혐의로 긴급구속, 부정경위를 추궁하는 한편 문제된 답안지의 정답암시사실을 돈을 주고 알아낸 학부모와 학생들에 대한 수사를 펴고 있다. 검찰은 부정시험지 5장을 압수했다.
이 부정시험지에 의해 고사를 본 응시자는 모두 1만4천명이다. 경북도교는 이들 7개 학교에 대한 시험은 전면 백지로 돌려 오는 2월5일 재시험, 2월8일 합격자를 발표키로 했다.
이 부정사실은 제1지구 7개교 가운데 경북고교 응시자의 부모들이 수험생들로부터 정답이 암시돼 있더라는 말을 듣고 29일 하오2시쯤 학교에 몰려가 재시험을 요구함으로써 드러났다.

<부정수법>
해마다 경북도교위의 입시문제 필경을 맡아온 필경사 박병대씨는 이번에도 객관식 4지선다형으로 출제될 것으로 알고 문제지의 ①②③④항목 번호 가운데 정답이 아닌 것은 모두 30도 가량 오른쪽으로 기울어지게 쓰고 정답번호만 반듯하게 썼다.
박씨는 지난 1월초 평소 잘 아는 경북도교 필경사 송희천씨에게 이 같은「아이디어」를 제안, 경북고 교사들을 통해 희망자를 모집해 달라고 했다. 송은 혼자 힘으로 희망자 모집이 어렵자 경운중 사환 이종대씨를 통해 다시 희망자를 모집했다. 이씨는 교련교사 이씨와 경운중 학부형들에게 이 정보를 주고 4명으로부터 20만∼25만원씩 모두 90만원을 받았다.
정답 암시는 이날 5교시에 걸쳐 실시한 11개 전과목 1백80문제에 모두 표시돼 있었음이 도교의 조사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28일까지의 채점결과 만점자가 수두룩했다. 필경사 박씨는 도교위에서 출제위원들이 답안지 문안을 인쇄소에 넘길 때 문제마다 몇 학년 과정 몇「페이지」에서 출제했다는 것과 정답을 기록한 것을 함께 보내오기 때문에 쉽게 정답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발견경위>
28일 고사장에서 국어, 생물 2과목으로 된 제1교시를 치르고 나온 부산출신 응시생 한 명이 대구출신 응시생에게『문제 지의 숫자가 이상하게 똑바로 쓴 것이 정답이더라』고 말하자『그런 소리하면 죽인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 말을 학부모들이 전해듣고 부정사실이 있는 것으로 확신, 29일, 강준천씨(43)등 학부형 40여명이 도교위에 몰려가 농성을 벌였다.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른 나머지 학생들도 이 같은 사실을 발견, 2교시부터는 문제를 읽어보지도 않고 바르게 쓰인 번호만 골라 표시를 해 만점사태가 나기도 했고 고사장 안은 금새 술렁이기 시작했다.

<출제경위>
말썽이 된 입시문제는 경북도교위에서 지난 10일 유능한 대구시내 교사 1명과 도내 각 고교교사 18명 등 19명을 출제위원으로 위촉, 11일부터 대구여고 학생 지도관에서 합숙, 출제했다. 출제는 교사 한 명이 10문제씩을 내놓게 해 이를 종합했다.
이를 출제위원장 오중환씨(영천여중·고 교장)와 도교위 장학계장 이성우씨, 장학사 1명 등 3명이 최종적으로 쉬운 문제부터 뽑아 문안「카드」에 써넣고 출제근거·출제경위·출제이유·정답 등을 상세히 적은 문안「카드」를 견본으로 만들었다.
이 견본을 필경사 박씨와 원종숙씨(36) 등 2명에게 맡겨「프린트」했다. 박씨와 원씨도 지난 18일부터 출제위원들과 같이 합숙하다 28일 5교시 시험이 다 끝나고 풀려 나왔다.
도교위는 이문제지를 5차례나 검열했으나 철자법과 문제「미스」여부만 확인했을 뿐 정답 암시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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