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치」와 일본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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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l·8긴급조치」가 주한외국인, 특히 외국 특파원에게도 적용된다는 원칙에 일본기자들이 승복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일본언론의 자세가 다시 문제로 제기됐다.

<외신기자「클럽」선 당국과 협의키로>
8일 이후의 경위를 대략 간추려보면-.
△8일저녁=한남석 해외공보관장은 주한 외신기자 전원에게 긴급조치의 내용을 설명하고 『우리 국내법이 제한 외국인들에게도 적용되는만큼 이번 조치는 특히 언론인들과 관계되는 조항이 많으니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9일 상오10시쯤=주한 일본 기자단은『지난 8일 발표시의 해외공관장 유의사항에 대하여 해명과 좀더 자세한 내용을 설명듣기 위해 기자단전원이 장관 또는 차관을 가급적 빨리, 가능하면 지금이라도 가겠으니 l시간이내라도 만나게 주선해 달라』고 전화로 요청하여 문공부외보과장이 하오2시30분『장·차관은 바쁜 일정때문에 금일중 만나기 어렵고 해외공보관장이 만나겠다』고 통고.
△9일하오3시=일 기자 11명 전원이 예고없이 문공부로 몰려와 장·차관을 만나자고 하여 한관장이 만나겠다고 했더니 그냥 돌아가「일본기자단 면회신청, 한국담당상이 거부」라는 요지의 기사를 실고, 10일자 조간에 일제히 보도.
△10일하오4시=문공부는 일 기자 전원을 불러 유감의 뜻을 표하고 일본신문의 보도태도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고 긴급조치에 의해 다스릴 것을 통고.
△김동조 외무장관도 하오5시「우시로구」일 대사를 불러 문공부의 담화내용을 전달하고 협조를 구했다.
△일 기자들은 이날 한관장이 담화를 발표하기 직전『l·8조치의 외국특파원 적용은 언론자유의 원칙·국제적 보도자유의 관례 내지 자유국가인 한국에서 상주 특파원으로서의 임무수행에 비추어 납득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요지의 서신을 장관에게 전달해 달라고 수교.
△11일 하오5시 김동호 문공부대변인은 1·8조치 및 경고를 납득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고한 일 기자단에 대한 재경고 담화를 발표, 의법조처 할 것을 분명히 밝혔다.
△일본신문협회 편집위원회는 11일 동경에서 회합을 갖고 『이런 조치는 일본 특파원들의 보도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이며 특파원 신변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므로 중대한 관심을 갖는다』면서 11명의 대표가 법안외무차관을 찾아가 재경일특파원의 신변안전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 이에대해 법안차관은『이번 사태를 극히 우려하고 있으며 대표들의 취지에 따라 조속히 선처하겠다』고 약속하고「니까이도」관방장관과「오오히라」외상도 관심을 표문
○…우리나라 형법2조는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조는『본법은 대한민국 영역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속지·속인주의 원칙을 천명했다.
1·8긴급조치는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만큼 타한 일본기자라도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비방이나 이를 보도·방송하는 행위는 긴급조치에 의해 다스려진다.
그래서 주한외신기자「클럽」에서는 회장 및 대표들이 해외 공보관장을 방문하여 1·8조치에 대한 의문점을 묻고 취재활동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젯점들을「케이스·바이·케이스」로 정부당국과 협의키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일본 기자들만이 이번 조치에 따를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는데 대해 문공부 관계자들은 분개하고있다.
더우기 문공장관의 회견요청이 즉시 수락되지 않았다 해서「수견거부」라고 대서특필한 것은 일본신문의 감정적 보도라는 얘기들.

<툭하면 "장관 만나자"고 자세>
우리나라 동경주재 특파원들이 일본의 대신을 거의 만날 수 없는 점을 감안할때 일본 특파원들이 툭하면 장관을 만나자고 고자세를 취하는 것은 형평원칙에 어긋나는 태도다. 그렇게 길들인 지금까지의 정부응대도 문제지만.
주한 일본기자들은「국제적 보도자유의 관례」를 들어 1·8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표시했으나 국제적 보도자유의 관례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부입장이다.
해외 공보관장은『일본 언론이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환경과 한국언론이 활동하고 있는 한국언론의 환경은 같지 않다』면서 한국이「휴전된 상태」, 즉 준전시하에 있다는 특수성을 강조했다.
과거 월남정부가 전쟁수행에 지장을 준다해서 외국 특파원을 추방한 예나 태국이 국익에 위배된 행위를 했다고 외국기자를 추방한 사례, 특히 중동전에서 종군기자들이 특정언어 아니면 본국에 송고조차 못했던 (사실장의 사전검열) 사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일본언론이 한국문제 보도에 있어 편향적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북한을 찬양하면서 한국의 국가적 명예를 훼손했던「주간독매」사건 (이로인해독매서울지국은 폐쇄됐다) 같은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북한·중공관계엔 과잉 자주규제>
일본의 전 매일신문 연설위원인 평론가「미요시·오사무」(삼호수)씨도 『일본 신문들이 남북한에 대해 객관적이며 동일한 보도기준을 마련치 못했으며 고도의 언론자유가 보도태도에 수본을 초래했다』고 개탄할 정도다.
일본언론의 허점과 무책임성은 일본내에서도 자주 거론되고 있다. 중공에 특파원을 상주시키기 위한 대중공 편향보도와 중공관계 기사의 과잉 자주규제는「일본적」자유언론의 맹점을 그대로 드러냈으며 태정한「이데올로기」의 고정론, 단순한 이숙론(체제·반체제, 민주적·반민주적등)의 범람은 일본언론의 무책임성을 말해준다고 일본의 평자들은 지적했었다.
이번 「l·8조치」와 관련한 한국에서의 일본언론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라기보다 일본언론에 뿌리박힌「편향된 한국관」의 문제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1·8조치를 계기로 다시 노출된 이 편향에 정부방침이 강경해, 그 귀추는 쉽사리 짐작할 수 없다.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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