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건강문제는 그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집단」의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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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환자의 권리>
한편 현대의학이 완벽한 것도, 절대적인 것도 아니라는 반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중심을 이루고있는 주체는 의학이 아니고 질병을 앓고있는 사람, 즉 환자라는 주장이다.
의사가 「선생님」이라는 존칭을 받고 의학이 어느 것보다 사회에서 최 우선권을 부여받고 있는 것은 인간에게 건강과 행복을 안겨주는 신의 의무를 대행하고 있다는 뜻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따라서 병을 앓게된 것이 마치 큰 죄나 지은 것처럼 의사의 선고와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환자는 마땅히 좋은 의사를 고르고 훌륭한 치료를 선택할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주체는 환자이고 그의 생명은 존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년 세계 도처에서 실력 없는 의사선생님들에 의해 수많은 귀중한 생명들이 불필요하게 앗기거나 상처를 입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환자 위에 군림하는 판관에서 생산적인 활동에 능력껏 참여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키는 「의사선생」이 되어야 한다는 반성과 함께 현재 지출되고 있는 진료비가 지나치게 중압적이라는 자성의 소리가 의료계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표2>참조)

<새로운 처방>
생활자체를 흔들 정도로 지나치게 비싼 의료비는 지금 세계 도처에서 재평가되고 있는 의학의 역할로 볼 때 중심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록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진료에서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지라도 건강의 문제는 일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그 개인이 소속해있는 집단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고있는 경향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개인의 건강과 사회의 건강을 동일시하는 생각은 최근 의료계차체에서 제기된 문제는 질병이 아니고, 인간이라는 점, 의학은 생산적인 삵의 주체로서 인간을 보살펴야한다는 주장,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의 자질과 의학의 교육내용이 종래의 질병발생 관을 떠나서 인간을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개인의 건강문제는 그 개인의 책임이 아니고 집단의 책임이라는 사실 등 「새로운 처방」의 기본적인 사상을 이루고있다.
이 같은 새로운 처방과 함께 핵심이 되는 문제는 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의 한계 안에서 모든 개인의 건강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모델」이 어떤 것이냐 하는 것.
많은 학자들은 개인의 건강과 그 개인이 소속되어 있는 지역사회의 건강을 동일하게 보는 「모델」에 희망을 걸고 있다. 동일시할 사회의 단위를 너무 크게 잡으면 재정적인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효율성이 크게 격감된다는 것이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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