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연말연시의 건강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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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장수학자들은 「산성생활」이라든지 「알칼리성생활」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조화와 균형을 잃지 않은 합 자연의 생활은 「알칼리」성 생활이다. 예컨대 건강식 4원칙 (ⓛ혼식 ②야채는 주로 날 것으로 섭취한다 ③해조류를 많이 먹는다 ④동물성 단백식(육식)을 소량으로 한다)을 잘 지키고 올바른 식사법을 이행하며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해서 건강을 비축하는 생활들이다.
이러한 「알칼리」성 생활이 건강과 장수를 약속해 주리라는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이와 반대로 포음·포식을 하고 흥청거리면서 밤샘을 하는 등 「리듬」을 잃은 무절제한 생활은 산성생활이다. 이같은 생활이 체액을 산성화시켜 건강을 좀먹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연말연시에는 과음·과식하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 벽을 무너뜨리는 산성생활의 주인공이 되기 쉽다. 평소와는 달리 쉽게 생활의 「리듬」이 흐트러진다.
연말연시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과식·과음·밤샘이다. 이들은 모두 체액을 산성화시켜서 건강 벽을 허물어 버리고 각종 질병이 공격 할 소지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위는 육류 등 동물성 단백질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망년회다, 정초다 해서 평소에 비해 갑자기 많은 분량의 닭고기나 쇠고기 등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게 되면 곧 잘 배탈이 나게 된다.
이 경우 배탈자체도 문제지만 위의 생리적인 균형과 조화가 깨져서 유발되는 상태가 더욱 문제된다.
즉 평상시보다 육류가 많이 들어가면 위는 필요이상으로 위액분비를 강요받게 되어 위산과다증이 되기 쉽다. 위산과다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위궤양을 유발하므로 특히 경계해야 할 상태다.
보통 체했다고 하는 것은 급성위염이나 위의 일시적인 기능장애를 말한다. 위에 무리가 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음식을 더 먹고싶다는 생각이들 때, 그만 식탁을 물러서는 것이 위의 부리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음식물이 위의 8할쯤 찰 때까지 먹는 소식이 건강·장수의 기본 요체임을 이미 강조한 바 있다.
과식 못지 않게 심각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는 연말연시에 특히 성행하는 과음이다.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단명하다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하다.
우선 미국 「캘리포니아」공중 위성국에서 발표한 「리포트」를 살펴보면 퍽 흥미롭다.
1954년부터 58년까지 술을 많이 마시는 1천6백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망률은 보통사람보다 2배나 높았고 사망원인은 사고가 24%, 심장병이 23% 간경변이 14%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없애주기 때문에 몸에 유익하다.
그러나 술을 마시다보면 절제력을 잃기 쉬워서 적당히 마시기란 지극히 어렵다.
우선 폭음을 삼가고 술을 마시더라도 안주를 많이 먹으면서 술을 조금씩 오래 마시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요령이다.
또 술을 마시기 전에 진한「코피」를 마시는 방법도 권장된다. 술이 대뇌를 마비시키는데 대해 「코피」속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반대로 대뇌를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술의 주성분인 「알콜」은 체내의 「비타민」을 태워버리고 당분을 빨리 소모시켜 버리는 작용을 한다. 숙취 후에 골치가 아프고 몸이 노곤하면서 피로를 느끼는 것은 「알콜」의 바로 이러한 작용 탓이다.
일반적으로 과당이 풍부한 벌꿀(특히「로열젤리」)과 「비타민」B1 C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포도·「바나나」·귤 같은 과일은 혈중「알콜」을 저하시키고 숙취를 방지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벽은 한번 무너지면 다시 쌓기가 힘들고 시간도 훨씬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건강을 해치는 산성생활보다 건강을 비축하는 「알칼리」성생활을 영위하는 연말연시의 건강관리에 힘써야겠다. <김영치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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