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집에 오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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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DJ.얼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서울 동교동 자택으로 돌아간 이래 한번도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5일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가 서울구치소에 복역 중인 차남 홍업(弘業)씨를 면회했을 때도 동행하지 않았다.

홍업씨는 당뇨.고혈압에 척추관 협착증까지 겹친 데다 최근 며칠 동안 식사를 못하는 등 건강이 악화된 상태라고 한다. DJ는 비서에게서 이런 내용을 보고받고도 가지 않았다.

김한정(金漢正)비서관은 "일절 집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면서 "비서들이 가까운 서울 근교로 바람이라도 쐬고 오라고 권했지만 '좀 있다가 하자'고만 할 뿐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대북 송금 특검 등으로 뒤숭숭한 데다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두문불출하는 듯하다. 金전대통령 내외의 건강은 비교적 좋은 편이라고 한다. 이따금씩 비서들에게 "관저에 있을 때보다 편하고 좋다" "집에 오니 살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고 한다.

한 측근은 "얼마 전 비서들이 식당에서 선지해장국과 복지리를 사다드렸더니 두 분이 냄비째로 식탁에 올려놓고 다 드셨다"고 전했다.

DJ는 주로 가벼운 맨손체조를 하거나 실내를 천천히 걷는 방식으로 운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낮시간엔 가벼운 소설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요즘 들어선 부쩍 3층에 마련된 서재에서 몇시간씩 책 정리를 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아태재단을 연세대로 넘긴 뒤 새롭게 이름붙인 '김대중도서관'에 연구실이 마련돼 있지만 내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아직 나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는 신문을 거의 보지 않는다고 한다. "신문을 보시라고 올려놨지만 펼치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주로 TV 뉴스를 본다"고 비서들은 전한다.

동교동엔 그동안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를 비롯, 한광옥(韓光玉)최고위원.김옥두(金玉斗).최재승(崔在昇)의원 등 측근들이 다녀갔다. 장남 김홍일(金弘一)의원도 서너차례 방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특검 논란이 거세지면서 이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찾아오지 말라'고 '출입 금지령'을 내린 때문이다.

동교동계 한 의원은 "혹여 대책회의하는 것처럼 비춰질까 걱정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각계 인사들의 면담 요청도 모두 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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