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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리의 TV연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 국무총리는 26일 저녁 전국 TV 및「라디오」망을 통해서 현 정국에 관해 특별 방송을 했다. 이 방송에서 그는 지난 1년 동안 정부정책에 시행착오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앞으로 서정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나, 자유화·민주화운동이 개헌 운동으로 번지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재 국가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이 험난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이 난국을 돌파키 위해 국민의 협조를 간곡히 호소했다. 한 나라의 책임있는 정치가가 방송을 통해 국내외 정세를 솔직히 분석하고, 어려운 정국을 수습키 위해 자신이나 정부가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솔직히 표명한다는 태도는 당연하고 또 환영할 일인데 이 방송에 담겨진 내용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김 총리는 오늘의 정세가 험준하고 공산당이 적화통일을 위해 계속 광분하고 있음을 지적했는데 우리도 이와 같은 정세의 분석·평가와 견해를 같이한다. 그러나 객관정세가 험난하고, 서해안에 긴장사태가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 등은 지금까지도 정부당국이 되풀이 지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가운데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사람이 없지 않았음은 부인치 못할 사실이다.
김 총리도 이점을 솔직히 지적했지만 우리는 공산침략의 현실적인 위협증대마저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지 아니하려는 무서운 불신풍조가 어째서 조성되었는가. 정부는 그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제거하는데 과감한 조치를 취해 주기를 원한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늑대의 이야기』처럼 한번 조성된 불신사조 때문에 개인이나 국가가 큰 화해를 당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며 정부는 이런 불신을 불식하는데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둘째, 김 총리는 학생·종교·언론인의 자유화·민주화의 요구에 일리가 있음을 시인하면서 그러나 그것이 개헌으로 번지는 것은 다스리겠다고 했다. 우리는 안보를 이유로 자유나 민주주의를 극도로 위축시키는 것도, 또 자유와 민주주의를 확대코자 하는 나머지 국가사회가 무정부상태에 빠지는 것도 공히 원치 않는다. 분단국가에 있어서 안보와 자유를 양립시켜 나간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양립사이에 탄력적인 균형의 관계를 설정치 않고서는 우리 국가사회가 만성적인 불안상태에 빠지게 되리라 생각하고 이점을 우려한다.
그러면 그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수 있겠는가.
국가가 당면하고 있는 정세에 대한 평가는 개인마다 사회집단마다 다른 것이다. 그중 어느 것이 절대로 옳다는 논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를 기능시켜 가지고 안보를 위해 자유가 제약되어야 하는 한계를 발견하고 유지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지난 1년 동안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는 너무나 위축되었기 때문에 안보와 자유를 양립시키는데 정부·국민간에 합의가 성립되지 못했던 것이다. 대화를 강조하는 김 총리의 시정방침은 현행 헌법체제 안에서 이러한 합의도달을 가능케 할 민주주의를 실천에 옮겨 보자는 뜻으로 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국민의 불평불만을 해소키 어렵다. 우리는 정부와 국민간의 대화를 지속하면서 현행헌법의 테두리 안에서라도 먼저 민주적인 개혁과 서정쇄신작업을 최대한으로 벌이는 것이 국민의 호응을 얻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화로써 난국을 수습해 보겠다는 현 내각에 좀더 시간의 여유를 주면서 과연 얼마나 성의 있는 개혁노력을 하여 나가는 가를 예의 주시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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