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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총리 방송연설(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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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늘은 국민여러분과 여러 가지 면에서 정부가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더욱 더 돈독히 해서 우리가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을 우리의 의지와 단결된 노력에 의해서 이겨 나가야 하겠다는 점에 대해 말하려고 이 자리에 나왔다.
지난 12·3개각이후 열반 서민들의 생활 면에서는 연탄문제로부터 크게는 일부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는 헌법을 좀 고쳐야 되겠다 하는 얘기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대표적인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현 단계에서 국민들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하는 것을 대체로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흔히 오늘날 세계는 양극시대가 지나고 다극화했다고 말하고 있다.
미·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세계 여러 나라들이 각기 나뉘어져 세계사에 영향을 주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제는 어떤 극단적인 대립보다는 서로 평화적인 공존, 경쟁적인 공존을 추구하게 됐고 그렇기 때문에 대화의 시대, 협력의 시대가 됐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이 볼 때 이것은 매우 성급한 해석이고 아직도 양극시대는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
큰 나라들 사이에 끼여 있는 작은 나라들은 항상 이해관계·주의사상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대립되고 있어 큰 나라들이 어떻게 약속을 하든 간에 언제든지 열전을 벌일 가능성이 오히려 많으면 많았지 적어지지 않고 있다.

<번영과 통일은 우리들 손에 달려>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우리가 세계사를 보고 우리의 처지를 생각해야만 옳은 위치에 설 수 있고 우리민족의 후회없는 좌표설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쟁이 없다는 허황되고 단정적인 생각에서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혼란을 자초하고 있는 면이 있다.
우리는 최근의「아랍」과「이스라엘」전쟁·월남사태·인도-「파키스탄」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힘을 평소에 갖지 못한 나라는 힘을 갖고 있는 나라한테 격파 당하고 망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들에게 어떻게 스스로를 다스려 나가야 되느냐는 것을 아주 교훈적으로 가르쳐 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한반도에서 이제 전쟁이라는 것은 없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며 한때는 예비군도 해산을 하라 했다. 이는 당치도 않은 이야기이다. 한국 같은 경우는 위험성이 증대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다면 허황된 어떤 이론만 쫓는다든지 이상에 너무 치우친다든지 다른 나라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다른 나라가 이러니까 우리도 이래야 되겠다는 것은 우리에게서는 배제되어야 할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민족이 번영되고 평화롭게 살고 이 강토를 통일하고 그 위에 우리자손들이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이 책임을 질 수는 없는 문제이다.
정부는 여러분의 정부이다. 나는 이 자리를 빌어 국민여러분에게 정말 눈물겹도록 감사를 드린다. 지난 10년 동안 수출을 70배나 이룩한 것은 국민여러분이 대통령각하를 믿고 땀 흘려 노력해 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기초 위에서 계속 경제적인 성장을 추구해 나가려면 무엇보다도 정치적·사회적 안정이 되어야 한다.
이 안정이 파괴될 때 우리는 아무리 좋은 생각이 있다 하더라도 그 생각을 펼 수가 없다.
우리의 안정을 위태롭게 하는 것 중 가장 큰 문제의 하나는 남북문제다. 적십자회담도 있었고 조절위원회도 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남북간의 대화가 제대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느냐 하면 북한사람들은 우리하고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는 말과 행동이 모두 선에서 출발하고 그것이 곧 목적이지만 북한사람들의 목적은 따로 있고 말과 행동은 수단이다.
학생들 종교인들 사회인들이 좀 움직인 것은 나라를 잘 해보자는 선에서 움직인 것으로 우리들은 알고 있지만 이런 것도 공산주의자들은 혁명의 요인의 하나를 더 보태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이용, 선동조장하고 있다. 공산주의자들은 좋은 소리는 하지만 이 사람들이 노리는 것은 오직 적화통일 밖에 없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목표가 도저히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에게 확실히 보여준다면 마치 미국과 소련이 기본적인 입장은 그대로 놓여 있지만 어쨌든 평화적으로 공존을 하자는 정도까지 온 것처럼 북한공산주의자들도 태도가 좀 달라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혼란은 북한 공산주의자의 책략>
이들은 안 쳐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못 쳐들어 왔고, 그러기에 우리는 못 쳐들어오게 해야 한다. 그러한 대세는 관념이나 논리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취약점을 우리처지에서 보강하는데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서 유신을 단행한 것이다. 우리는 공산주의자들과 대결하는데 있어 약한 점을 고치고 효과적으로 국력을 조직화해서 합리적으로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 유신의 이념이다, 지난 1년을 회고해 보면 우리들한테 많은 건설적 의견,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고마운 말씀들이 있었다. 그런 점에 대해서는 숙연히 듣고 과감하게 시정해 나갈 생각이다. 유신 1년을 돌이켜 볼 때 시행착오도 있었고 국민들에게 과도하게 괴로움을 끼쳤던 점도 없지 않았다. 깊이 자성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유신체제가 어떻고, 유신헌법이 어떻고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의 슬픈 과거는 몰라서 당한 것이 아니라 알고서도 당했다. 임진왜란 때를 보라. 율곡이 왜란이 일어나기 11년 전에 10만 양병을 해야 한다고 주창했지만 당시의 조정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해서 하나도 준비를 안했다가 유린당했다.
1910년에 우리는 일본한테 먹혔다. 1945년 해방이 되어 북쪽에서는 바로 9월께부터 군대를 편성하고 쳐들어 올 준비를 시작했지만 우리는 그저 입만 벌리면 민주주의다, 자유다 하면서 아무 준비를 못했다. 그랬다가 6·25때 그 지긋지긋한 고생을 했다. 힘이 모자라면 그렇게 되고 논리만 내세우고, 관념만 내세우고 입만 가지고 움직이면 그렇게 된다.
김일성이가 다시는 쳐들어오지 못하게 확실히 해 놓자는 것이 유신이다. 그것이 어쨌다는 것인가.
내일을 훤히 뚫고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박대통령이 이같은 준비태세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 이같은 영도자를 우리가 모시고 있다는 자체는 이 어려운 시기에 있어서 우리민족이 다행한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헌법을 고치자고 한다. 지금 그런 시기인가, 또 그런 이유가 설 수 있는가. 어떤 사람들은 내년3월이나 4월에 가며는 위기가 온다고 거침없이 말하고 있다. 내년 3월이나 4월에 가서 온 세상이 시끄러워져 가지고, 혼란을 야기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인가. 국민한사람도 내년에 이 국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국내에서 혼란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서 한데 뭉쳐 가지고 일을 해도 아직도 남의 나라를 따라가려며는 요원한데 무엇을 기대하면서 내년3월이다, 4월이다, 그런 소리를 하고 있는가. 여러분은 조용한 가운데에서 일을 하고 또 더 좀 오늘보다는 나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내일을 향해, 땀을 흘리고 그 보답을 제대로 얻기를 원하고 있다. 어떠한 요동이 있어서는 안된다. 요동이 있으면 사회는 혼란해지고 혼란해지면 기업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으며 실업자가 생긴다. 배고프면 불만이 터져 세상은 어지러울 정도가 아닐 것이다. 북한공산주의자들은 남한을 혁명을 위해서 그 분위기 조성하는 것이 아주 기본전략이다. 우리 국내가 시끄러워졌을 때에는 바로 북한공산주의자들이 원하는 그러한 여건이 조성되고 만다.

<무제한 절대자유 허용한 나라 없다>
어째서 우리나라는 봄이 되면 정치계절이다 해 가지고 모두 뛰어나와서 사회가 어지럽거나 시끄럽거나 하지 않으면 넘길 수 없는 그런 나라가 되었는가.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 서정도 쇄신하고 부조리도 다스리겠다. 우리는 새로운 차원에서 이 결의를 가다듬고 지금 하나 둘씩 걸어가고 있다. 자유를 잘못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세계 어느 나라도 무제한의 절대적인 자유는 허용된 나라가 없다.
국가의 안전과 보존에 위협을 조성하는 자유는 허락하지 않는 것이 정치적 이념의 전제조건이다. 우리나라가 이 대륙에 붙어 있지 않고 태평양의 한복판에 있다고 가정한다면 아마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다른 나라가 갖지 않은 특수한 어려운 여건 하에 있다. 우리가 처해 있는 이 경우에 이자유의 한계를 결정하는 소위 상황적 사항이라고 그럴까, 조건이라고 그럴까, 이것을 한번 생각해 보자. 즉 우리는 지금 미국이나 구라파, 혹은 일본이나 이렇게 잘사는 나라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는 여건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 있다. 그것은 무엇이냐, 우리는 평화상태가 아니라 휴전상태에 있다.
휴전자체가 평화를 보장해 주는 것은 못된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있어서도 이것도 국민여러분께서는 아마 일부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있겠지만 최근에 북한사람들이 서해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아마 해소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만나서 얘기하는 가운데 그 얘기를 했더니 이것도 무슨 사회가 술렁거리니까 위압하려고 해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냐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한심한 것보다는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또 누가 그런 소리를 자꾸 퍼뜨리고 다니면서 민심을 교란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만약에 북한이 이와 같은 섬에 접근을 해서 영해에 침범을 할 경우에는 이것은 용서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일반국민들이 어떻게 느끼고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마는 여기에 새로운 불씨를 지금 공산주의자들이 일으켜 놓고 조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혹은 경우에 따라서는 남북간에 어떠한 문제를 야기해야만 어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 하는 정도의 기도 하에서 이런 섬에 대해서 공격을 가해 오지 않으리라는 아무런 보장도 없다. 그럴 때는 문제는 심각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지금 이 서해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긴장을 매우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은 군사적인 면과 정치·사회적인 면을 동시에 같이 포함하고 있다. 특히 그들은 이른 바 남조선혁명이라고 하는 환경조성을 해야겠다 하는 것이 그들의 가장 기본적인 전략으로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럴 때에는 북한공산주의자들은 갖은 방법을 다 써서 이것을 조장한다. 그러한 행동으로 나오는 북한공산주의자들이 바로 이 서울에서 30「마일」만 올라가면 포진하고 있다는 특수한 여건을 우리가 알아야 되겠다 하는데에서 저는 국민여러분에게 다시 말한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안전을 위해서 이중적인 안보태세가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다.
즉 군사적 방위체제와 정치적 사회적 안전체제, 동시에 한국은 한반도에 있어서의 항구적 평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되는 여건 하에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신체제는 아까도 다른 각도에서 강조를 해서 말했지만 바로 이상과 같은 이중적인 안보태세·안보체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항구적인 평화를 모색함으로써 이 나라를 통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그래서, 유신체제가 바로 우리가 꼭 이룩해서 굳건하게 지켜 나가야 할 국가체제라고 우리들은 확신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신체제에 대한 본질적인 차원에서의 도전은 우리나라의 국가적 안전이 허락할 수 있는 자유의 한계선을 벗어난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것을 우리가, 우리국민들이 조용한 가운데에 시끄럽지 않은 가운데에 튼튼하게 짜여진 우리의 모든 체제를 가지고서 계속 신장을 하고 생활이 보호될 수 있는 그러한 나라로서 전진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의사에도 위배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제발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 시끄럽게 좀 말아 달라. 국가가 그러한 사람들이 시끄럽게 하는 데에 좌우될 수도 없다.

<이질적 위치의 대화는 성과 없다>
또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수임받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국민을 편안하게 보호해라, 시끄럽지 않게 해 달라,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책임과 권한을 주었다. 그래서 정부는 그 국민들의 뜻이 그렇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세상을 시끄럽게 하거나 선동하거나 어지럽히는 것은 다스리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헌법을 고쳐야 되느니 가두에서 무슨 서명운동을 하겠느니 혹은 민주주의를 회복하느니 그와 같은 구호 아래서 허용되는 자유의 선을 넘어서서 행위하는 일체행위는 삼가줄 것을 부탁하는 것이다.
정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유쾌하게 면학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준다고 약속했었다. 언론인들에게도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그동안 좀 관여했던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이제는 안한다. 종교인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자기 분수에 넘치는, 그리고 자기위치에서 훨씬 벗어나는 월선 행위를 할 때 나라는 어지러워진다. 어떤 분들은 태국사태 혹은 희랍사태를 인용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지만 태국은 지금 일대 혼란이다. 저희들은 국민여러분의 공복이다. 여러분 속에 뛰어들어가서 봉사를 해보겠다. 안되거든 나중에 책임추궁을 하라. 저희들은 계속 대화를 하겠다.
다만 대화라는 것은 같은 광장에 서야만 대화가 된다. 요새 헌법을 고치자는 사람들 모양으로 같은 광장이 아니라 엉뚱한 이질적인 위치에서 대화를 하자고 그랬자 그것은 근본적으로 안된다. 공동의 광장에 들어와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
끝으로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여러분의 정부이기 때문에 믿어달라.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제공하면서 서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 나가야 되지 앉는가.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우리국민은 시끄러운 것 원하지 않는다. 또 시끄러워서는 우리가 안된다. 시끄럽기 않게 하기 위해 공동의 광장에 들어와서 대화로써 우리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 그리고 월선하는, 우리가 허용받고 있는 자유의 선을 훨씬 넘어서는 그와 같은 행위는 그만두어 달라. 정부가 갖는 국민이 맡겨 준 안녕 질서를 위해서 부여된 권한을 가지고서 우리는 조용하게 나갈 수 있도록 다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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