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자부족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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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새삼 1917년「프랑스」수상「클레망소」의 말이 생각난다. 『석유 한 방울은 피 한 방울과 같다』는 그의 호소는 오늘날에도 우리의 실감을 자아내고 있다. 당시의 세계경제는 제1차대전의 전비에 급급해 일대 물자부족 시대를 맞고 있었다. 세계의 모든 시민들은 하찮은 물자까지도 피 한 방울로 생각해야 하는 궁핍을 겪어야 했다.
1970년대는 석유고가 시대와 함께 역시 역사상 미증유의 물자부족 시대를 맞게 되었다. 그것은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인플레이션」의 문제이다. 이른바「오일·인플레이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일상은「값싼 석유」에 의존한 것이었다. 각종 섬유의상에서 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그것은「석유」라는 싸구려 원료에서 만들어 낸 것이었다.
그러나 이 원료자체를 전무후무한 고가를 지불해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 일상생활의 물품가격을 구조적으로 위협하고 흔드는 것이다. 석유의 고가시대는 동시에 모든 물품의 품귀와 함께 고가시대를 안겨 준 것이다. 따라서 우리 일상의 가격체제는 변혁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것은 우선「아스팔트」도로의 연장을 가로막을 것이며, 또 자동차의 발을 무겁게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입고 있는 섬유의상도 어제의 값으로는 살수 없게 될 것이다. 전열기도 마찬가지다. 80% 이상이 화력발전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기는 이젠 마음놓고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미미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석유자체가 물품의 원료로 쓰이고 있는 경우, 그 원가부담은 적어도 l28%이상 늘어날 것이다. 고가「에너지」는 역시 공장의 치차를 무겁게 해줄 것이다.
1970연대는 이미「에너지」위기에 앞서 물량부족시대를 겪고 있었다. 첫째는 월남전에 의한「달러」화 불안으로 세계적인 환물운동이 전개되었었다. 둘째는 경기과열에 따른 실수요의 증대로 물자의 품귀현상이 빚어졌었다. 그 다음은 자연히 공급력의 부족이 따랐었다.
공급부족은 자원의 부족과 설비능력의 부족, 두 가지가 있다. 「에너지」위기 또는「에너지」고가는 바로 전자의 경우를 말한다. 후진국의 경우 기초산업의 설비부족은 곧 시민의 생활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제 석유의 값이 머리에 닿는 줄 모르게 오른 현실은「인플레이션」의 폭풍을 몰고 올 것이 너무도 뻔하다
장차 서민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한숨부터 앞선다. 절제와 내핍생활은 이제 우리의 지상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서민의 어깨에만 짊어 지워줄 짐은 아니다. 사회의 도덕적인 각성이 뒤따라야 한다. 소비를 특권으로 알던 무리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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