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행크 아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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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화에의 도전은 험하고 어려웠다.「프로」야구의 신화 베이브·루드.
그의 생애 「홈·런」7백11개는 불멸의 기록처럼 보였다. 윌리· 메이즈도 「미키· 맨틀」도 접근하지 못했다. 그러나 20년간 조용히 다가가 이제 그 신화의 문턱까지 도달한「슈퍼스타」「행크·아론」. 지난 9월30일 미국「어틀랜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어틀랜터· 브레이브즈」와「유스턴·어스트로즈」와의 73년 미국「프로」야구 마지막 대결. 8회 말 2사후 어틀랜터「행크·아론」은 금년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 그 1타가 외야「펜스」를 넘으면 새 신화의 장은 열리는 것.
그러나 신의 섭리(?)는 위대한 신화를 간단히 깨뜨리게 하지 않았다. 타구는 땅볼로 처리 되었다.
웅장한 추격자이며 조용한 슈퍼스타「아론」의 새 신화가 이륙되지 못한 순간이다.
베이브·루드의 매직· 넘버 714의 신화를 향한 행크·아론의 역할 같은 「홈·런」추격은 713개에서 머무르고 만 것이다.
『이제는 끝났습니다. 나는「홈·런」을 치려고 결심했으나 되지 않았군요. 실망스럽지만 내년에 하면 되겠지요』용감한 추격자는 미국전역과 세계곳곳에서 모인 1개 대대 가량의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하고 씁쓸한 웃음을 띤 채 사라졌던 것이다.
18세의 흑인소년으로 현금 2달러와 두벌의 팬츠, 두 조각의 샌드위치를 들고 고향을 떠난「아론」이 20년 뒤 세계야구계를 흥분으로 몰고 갈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었다.
1954년 메이저· 리그에 몸을 담은 이래 71년까지 6백73개의 홈런을 기록, 금년 「시즌」 이 시작되자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루드의 전설적인 홈런기록을 돌파하느냐로 소용돌이 쳤다. 아론의 통산 홈런이 7백개를 넘어서자 미국 ABC-TV는 특별 기동 취재반까지 편성, 그가 근대 야구에서 가장 신비롭고 신화에 싸여있는 베이브·루드의 홈런기록을 돌파하는 순간 모든 정규「프로」를 중단하고 방송키로 결정할 정도로 전 미국이 아론화로 들끓었다.
그는 금년 39세의 고령과 위장질환까지 겹치고 팬들의 성원과 백인지상주의자들의 협박속에 새로운 전설의 창조자로서 갖가지 역경을 겪었다.
그러나 새로운 신화는 그가 40세가 되는 내년「시즌」초에 이룩될 것은 내일 아침 해가 뜨는 것 만큼이나 틀림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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