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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고 속의 경제와 정책|이창열<고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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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물가폭등에 갈팡질팡하고, 석유「쇼크」로 허둥지둥하며, 불황예측에 어리둥절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의 현실이다.
석유타개를 위해서「아랍」외교는 크게 전환됐다. 그렇다고 해서 물가고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불황의 그림자가 씻어지는 것도 아니다. 새해에는 42개 대규모공장들이 준공을 본다. 새로운 시설들은 문제없이 가동될 수 있을 것인가.
제2종합제철이며 제3조선소 등 초대형급 공장들은 예정대로 착공되고 81년의 청사진에 동요는 없을 것인가. 73년의 성장률 20%인 우리나라 번영은 수출신장에 근본원인이 있었다. 74년에 만일 일본경기가 2.5% 성장에 머무른다면 우리의 시장과 원자재와 그리고 자본 및 관광수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불황의 그림자도 위협이지만 당장 급한 것은 자재난과 물가폭등이다. 자재문제는 결국은 가격문제로 귀착한다. 비싸게 주고서 구하지 못할 자원은 없다. 석유 또한 결국은 가격이 문제이다. 『「로이터」지수 사상최고』라고 국제원자재가격의 광적 폭등을 외신은 날마다 보도하고 있다. 그러한 밑에서 불황이 예보되고 있다. 두 가지 위협을 동시에 해결하는 길은 없다고 할 때 대책의 우선 순위는 무엇에 두어야 할 것인가. 세계불황은 어차피 석유「쇼크」만 넘기면 74년 하반기엔 해결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세계추세에 따라서 고도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국내균형과 안정을 확보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근본대책이며 우선하는 정책방향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물가정책은 12월4일 전면개편 되었다. 63개 필수품은 새해1월말까지 가격을 현실화한다고도 하였다. 12·4동결과 아울러 연말을 앞두고서 정부는「물가단속상설기구」를 설치하였다.
이와 같은 일련의 흐름을 보면서「계장정책」이란 불평이 식자간에 자자하다. 물가자체의 안정을 위하기보다는 발등의 불만을 끄려는 계장에 의한 계장적 안목을 벗어나지 못한 정책이라는 뜻이다.
단속상설기구에는 국세청과 치안국이 동원되어 있다. 국민은 협조하기보다는 상호 불신적이다.
『오를 것은 다 오르는 판에 걸리는 놈만이 재수 없지』하고 방관이 곁따를 기세이다. 미국민은 정책에 협조하는데 한국민은 왜 비판이 많으냐고 정부는 못마땅해 할 것이다.
요는 시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문제이다. 물가를 12·4선으로 동결시킬 만한 여건이 통화량·수입「인플레」상살 등으로 시책되었느냐가 문제이다. 월간 동향보고에서는 11월말까지의 1년 동안에 도매9.1%, 소비자 5.1%의 앙등으로 나타나 있다.
이것이 물가의 전부라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계용상으로는 적어도 30% 앙등이 짐작된다. 도매물가에 있어서는 같은 면사라도 가격조사대상인 30수는 안정되어 있다.
그 외의 면사는 시세껏 올라 있다. 도대체가 12·4동결의 기준시점인 11월15일 이전에 이미 거의가 올라 있다는 신문보도다.
앞으로의 경제정책은 타당성을 또는 적어도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합리적으로 납득시키는 일부터 앞세워야겠다. 눈감고 아옹식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관사의 일방통행에 불과하다. 대화의 근거가 결여된 정책은 국민에게 강압성과 아울러 만성적 비판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공감을 얻을 수 없는 정책은 협력 또한 얻기 힘든다. 외국차관·국내금융·사업인가를 비롯해서 국민들에겐 특수성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농후하다. 이 풍조가 연장되어서 합리적이거나 타당성 있는 시책에까지도 국민은 신뢰하기보다는「특혜」라는 추상적 비판부터 앞세운다. 또 하나 참고할 것은 아무리 고도성장의 기적실현이라고 할 지라도 국민들의 복지기대의 성장률을 따를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삼중고의 해결을 위한 경제정책은 여건들이 이율배반·다각 복합적인 것이기에 국민의 절제와 협력을 어느 때보다도 크게 요구한다. 민간주도형이란 낱말이 있었지만 보다 더 광범위한 국민의 신뢰도가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
물가문제에 관한 한 정부는 현재 호랑이 꼬리를 잡고 있는 심정이다. 놓칠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는 난처한 처지이다. OPEC의 결정에 따라서는 원유 값은 또 한번 크게 뛸 것이다.
석유를 비롯한 소재가격들은 12·4때 30%전후를 인상시켰다. 그 밑에서 2차 제품 가격만을 떡 주무르듯 부분적으로 동결할 수는 없다. 그것은 결코 안정은 아니었다.
가격기능만에 맡겨 둘 수 없는 것은「스태그플레이션」을 통해서 전세계에 실증되어 있다. 그렇다고 가격기능을 무시한 통제도 있을 수 없다. 그러한 통제는 생산위축과 소비증대를 초래시킨다. 통제를 풀고 꼬리를 놓치면 물가는 과연 얼마나 뛸 것인가.
예측의 근거는 주요국 물가상승율 10∼20%, 새로운 원유가격파급과 국내적으로는 통화량 팽창율·노임앙등율 등을 참고함에 있을 것이다. 이 요인들은 이미 가계부상으로는 대부분 반영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새로이 인상 현실화시킨다 해도 지수는 당장에 뛸 것이지만 시장물가는 크게 오를 것이 적을 것이라는 뜻이다.
확실한 안정대책이 없는 시대라면 그럴수록 최소품목의 통제와 최대의 개방으로 국민의 신뢰와 협조를 얻을 수는 없겠는가. 고전적 금융정책은 역량이 적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대로 통화안정에 더욱 적극적일 수는 없겠는가. 금리·환율 등 모든 가격이 현실화된다면 한가지 명백히 예견되는 사실은 투자효율·「이노베이션」·원가·소비성향 등 모든 면에서 총 국민의 자율적인 안정노력이 현저히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경제에 도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제경제가 이상기후 아래 있으면 있을수록 국민 총력적인 감투와 정진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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