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명 녹아든 내 재즈, 유럽선 '무당' 같다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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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재즈에 무심한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나윤선. 그는 우리 민요 ‘아리랑’을 부르며 세계인의 가슴을 적시길 마다하지 않는다. [오종택 기자]

세계적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45) 앞에는 늘 ‘한국인’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프랑스 경제지 ‘레 제코’는 “오늘날 가장 훌륭한 재즈 가수는 한국인이고, 그 이름은 나윤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재즈 음악의 본토인 유럽에서 한국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아 15일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선정한 ‘한국이미지상 꽃돌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그를 대기실에서 만났다.

 - 유럽에선 나윤선이 곧 한국의 얼굴이다. 어깨가 무겁겠다.

 “언제부턴가 내 공연 포스터엔 늘 ‘코리안’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더라. 그걸 보면서 내가 곧 한국의 얼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분장실을 나오면서 청소를 다 하고 나온다. ‘난 한국 사람이니까’란 생각이 들어서 어딜 가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 한국인으로서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점은 없었나.

 “파리에서 처음 재즈 공부를 시작했다. 프랑스란 곳이 자유·평등·박애 정신이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나라여서 차별받는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오히려 한국 사람이라는 게 굉장히 장점으로 작용했다. ‘한국에도 재즈 가수가 있나?’라는 식으로 더 관심을 보였다. 한국인으로서의 좌절도 오히려 도움이 됐다. 서양음악이다 보니 동양 가수로서 부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라고 마음먹게 만들었고, 그 점이 ‘독창성’으로 평가받게 된 것 같다.”

 - 어떻게 나윤선만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었나.

 “재즈라는 음악이 공부만으로 되는 게 아니더라. 재즈가 길거리에서 탄생했던 것처럼 무대 위에서 부딪히고 필드에서 배우는 게 더 큰 공부다. 시간이 지나면서 뮤지션들과의 만남과 연간 100여 회의 공연을 통해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나만의 목소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 한국인으로서의 정서가 자신의 음악 세계에 끼친 영향은.

 “한(恨)의 정서, 신명의 정서 같은 한국적인 정서가 분명히 녹아 있다. 심지어 한 외국인 관객은 나를 두고 ‘무당’ 같다고 한 적도 있었다(웃음). 국악을 보면 어느 순간 무아지경의 경지에 오르지 않나. 그런 것들이 내 핏속에도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즈는 흥겹게 ‘한바탕 놀자’는 음악이기 에 즉흥적인 한국 정서가 잘 어울린다. 재즈는 또 자신을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보여 줄 수 있는 음악이어서 한국인이면 한국인의 기질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이 오히려 유럽인들의 마음을 끌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한다.”

 -‘아리랑’‘정선 아리랑’에 대한 해외 반응은.

 “굉장히 반응이 좋았다. 아마 그것이 민속음악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힘일 것이다. 가사는 몰라도 각자 저마다 감동을 받게 된다. 아리랑에서 누군가는 애잔함을, 또 누군가는 향수를, 또 다른 누군가는 편안함을 느낀다. 이것이 민속음악의 힘이 아닐까 한다. 지난해 국립극장에서 국악과 협연을 했는데 그때도 외국 뮤지션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그렇게 만남과 만남을 이어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

 ◆디딤돌상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날 CICI가 주최한 제10회 한국이미지상 시상식에는 삼성전자 이돈주 사장이 참석했다. 한국이미지상 디딤돌상에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한국이미지상 징검다리상을 수상한 한국계 최초의 유럽 장관인 프랑스 플뢰르 펠르랭은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승수 전 총리,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성김 주한 미국대사, 제롬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대사 등이 참석했고, 나윤선의 ‘아리랑’ 특별무대도 펼쳐졌다.

글=김경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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