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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에 겹친 두 환갑|20년 지켜온 허씨도 회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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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새재(조령·충북괴산군∼경북 문경군)에 환갑이 겹쳤다.
새들도 쉬어 넘는다는 새재에 신작로가 트이기 시작한 것이 1913년, 올해로 만 60년. 20년간 험한 새재를 지켜온 충주건설사업소 수로원 허환씨도 우연히 19일로 60회 생일을 맞은 것.
옛 새재 오솔길은 인적마저 끊겼으나 오늘의 새재 신작로는 폭 10∼15m로 넓혀진데다 포장공사를 위한 측량작업이 한창이다.
국도3호선의 일부인 현 새재길은 충북 괴산군 연풍리에서 경북 문경군 문경읍을 잇는 13㎞거리, 충북쪽이 6㎞, 경북쪽 7㎞.
옛 새재길에서 10여리 떨어져있는 이곳은 원래 이화령이지만 신작로가 트이면서 새재로 불리게됐다.
왜정 때 삽과 곡괭이로 3년만에 간신히 완공한 새재는 노폭이 4∼5m의 좁은 길이었다.
어렸을 때 도로가 개통되는 것을 봤다는 지억석 노인(68·괴산군 연례면 행촌리2구)은 처음엔 우마차가 넘나들고 자동차는 가뭄에 콩 나듯 적었다고. 2차 대전 말기에 등장한 목탄차는 이 험한 길을 오르는데 3시간씩 걸려 빠른 걸음 보다 느렸다는 얘기다.
이 길이 처음 확장된 것은 6·25사변직후인 53년, 미군들이「불도저」로 허물기 쉬운 모퉁이를 넓힌 것.
이때부터 수로원 생활을 한 허환씨는『그러나 길은 여전히 좁아 고개를 올라가는 차와 내려가는 차가 마주치면 1대가 뒷걸음질 쳐 넓은 모퉁이에서 겨우 비켜지나갔다』고 말했다.
두번째 확장은 지난 58년7월에 고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기공되었으나 4·19이후 중단되었다.
지금 전국도로강화계획에 따라 측량작업을 하고있는 새재길은 IBRD차관으로 오는 75년까지 포장을 끝낼 예정.
새재신작로와 같은 해 환갑을 맞는 수로원 허환씨는 진천우체국의 우편배달부로 있다가 20년전 면장으로 있던 4촌동생의 권유로 길지기가 되었다.
매일 상오8시만 되면 올라가는「버스」를 타고 충북과 경북경계선인 해발 5백30m 고개에서 내려 기슭까지 6㎞를 훑으면서 길을 고른다. 산밑까지 내려가면 하오5시30분쯤. 낯익은 운전사들의 차를 타고 6㎞떨어간 집으로 향한다.
하루에 이 고개를 넘나드는 차량은「버스」50여대,「트럭」30여대,「택시」60여대 등 약2백대.
지난 봄 서울∼상주를 운행하는 중앙여객회사는 허씨에게 양복1벌, 탁상시계 1개와 감삿장을 안겨주고 서울구경을 시켜주기도 했다고 즐거워했다.
20년 전 매월 쌀1가마를 받던 허씨는 요즘 1만5천5백원의 월급으로 6식구의 생계를 꾸려나간다.
『길을 지키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에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에도 괴로운 줄을 몰랐다』는 허씨는 19일 환갑이 지난 후에도 임시직이기 때문에 정년퇴직이 없으니 힘이 남아있을 때까지 이일을 계속하겠다고.【괴산=충북 특별취재반 김영휘·이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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