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기 학문『웃음 강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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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플로리다」대학에는 인간의 웃음을 정식 학문으로 다루는『웃음 강좌』가 지난 70년부터 개강, 인기를 모았다. 인간의 웃음을 고대·「그리스」인이 조각에 처음 도입한 이래「호모루덴스」의 중요한 특징으로서 울음과 함께 표정의「트레이드·마크」행세를 해 왔으나 웃음의 현상에 대한 심리학적 문화 인류학적인 관심은 20세기에 들어오면서부터이다.
일소일소 등 일찌기 불상에 웃음을 담는 슬기를 익힌 동양인들에게는 웃음이 갖는 자기요법적인 효용에 관심이 컸으나 웃음자체를 분석하는 노력은「프랑스」철학자「베르그송」에서 본격화한다. 그러나 최근 인류학자는 직관에 의존하던「베르그송」의 방법보다 훨씬 치밀한 해부학까지 동원, 웃음의 깊은 뜻과「오리진」을 밝히려고 한다.
웃음이『발가벗은 원숭이』(원시인)의 공포심을 나타내는 근육수축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캐나다」의「유머리스트」「스티븐·리코트」는 웃음이 원래부터 잔혹한 유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최초의「유머리스트」는 기분 나쁜 놈의 머리통을 깨 놓고 하하하 하고 크게 입을 벌리고 숨을 내쉰 야만인』이었다는 주장이다.
한편「런던」대의 언어학자「밀러」박사는 인간이 동물적인 혹은 문화적인 방향으로 지나치게 쏠려 있음을 깨달을 때 위안으로 혹은 당혹하여 웃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춘화도 나체의 엄숙한(?) 표정, 그리고 잔인한 행동에 관한 농담(조크)은 우리들이 결국 다른 동물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에 웃음을 유발한다. 고층건물의 중역실에서 다국적기업의 암호에 가까운 어려운 전보와 보고서를 시간 맞춰 읽어야 하는 기업인의 서랍에 각국의 춘화「컬렉션」이 들어 있다. 미군 장성이「데스크」에 담아 결재서류를 처리하는 틈틈이 만화를 읽는 행위는 지나친 추상세계(문화현상)로부터 심신의「밸런스」를 되찾으려는 무의식적인 행위에 가깝다.
세기의 명화『모던·타임스』에서 나사를 죄는「채플린」의 행동이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우선 그것이 너무 인간답지 않은 기계적인 동작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같은 시각에 일제히 기상하고「버스」정류장 혹은 역으로 달려가서 조간신문을 읽는다.』 그것 역시 기계적인 동작이며 우습다. 생각하면 인공수정 피임 얘기도 우습고「컴퓨터」가 인간을 몰아내는 상황도 웃음의 소재다. 『자연과 문화와의 사이에는 언제나 이런 관계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양극단의 웃음이다. 동물 아니면 기계 쪽으로 극단적으로 기울었을 때 그것을 깨닫고 웃는 것은 공포를 억제하는 하나의 수단이기 때문에 건전한 행위라고 볼 수가 있다.』 그럴 때 웃지 못하는 것이 어느 의미에서는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밀러」박사는 말한다. 소련 사회에서도 공해 관료제도의 무능률을 풍자하는 만화는 정부기관지에도 나올 만큼 마냥 읽히고 있다.
마음놓고 비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그런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익살과 농담이 어떤 사회적인 안전「밸브」역할을 하고 있음을 적어도 소련 공산당 고위층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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